용인교육지원청이 예비 수요조사 결과를 무시한 채 기흥2중학군(상갈·보라·나곡중학교) 입학생 정원을 임의로 결정한 탓에 애꿎은 일부 신입생만 원거리 통학을 하느라 골탕을 먹게 됐다.

게다가 학교 재배정이 요원한 상황에서 해당 민원을 접수한 시·도의원 주도로 관계기관과 학부모협의회가 통학버스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논의 중이지만 이마저도 학교장이 안전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논의 자체가 헛도는 형국이다.

지난 21일 오후 3시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도의회 조성환(파주2) 교육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전자영(용인4) 도의원, 신나연(마선거구) 용인시의원, 도교육청·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 학부모협의회가 참석한 가운데 해당 문제를 해결하려고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다음 달 4일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편을 해소하려면 하루빨리 통학버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도교육청은 추가로 학생 통학 지원을 위한 수요조사를 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용인교육지원청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시·도의원들도 예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태도다.

문제는 학교장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경기도 학생 통학 지원 조례’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통학 지원을 신청해야 하는 데다 계약 당사자이기에 학교장이 나서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조 부위원장은 "학교장이 통학버스 운행에 난색을 표한다면 도의회에서 증인 신청이라도 해서 해당 민원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며 "늦어도 3월 둘째주까지는 답을 달라"고 촉구했다.

전 의원은 "당초 상갈·보라초 졸업생을 근거리인 상갈중학교에 배정하지 않고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편도 30여 분가량 걸리는 나곡·보라중학교에 배정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상갈·보라초 졸업생을 원거리 중학교에 배정한다면 누가 해당 학교에 전학을 오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예비 수요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기계처럼 학교를 배정해 발생한 문제인 만큼 교육 당국이 결자해지 하는 자세로 해당 민원을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 1월 초 용인교육지원청은 올해 상갈중학교 입학 정원을 지난해 180명(미달 18명)에서 145명으로 35명 줄였다. 이 때문에 상갈·보라초 졸업생 113명 중 19명을 근거리인 상갈중에 배정하지 않고 원거리인 보라·나곡중에 배정하면서 학부모들이 재배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반발하는 양상이다.

학부모 A씨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전학생이라는 이유로 원거리 중학교에 배정한다면 상갈·보라초는 결국 폐기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며 "통학버스 지원마저 학교장이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의회를 찾았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중학교 배정에 앞서 진행한 예비 수요조사 당시 상갈중을 1지망으로 선택한 인원은 170여 명이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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