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이 기후동행카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22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이 기후동행카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기후동행카드 시행 여부를 두고 경기도와 서울시 간 갈등이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기도에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사실상 압박하자, 도는 이 사업으로 도민 혜택이 적어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며 교통정책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22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기도뿐 아니라 도내 여러 지자체에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를 종용하는 등 수도권 시민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다"며 "서울시는 경기도가 도와주지 않아 도내 지자체가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주저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했다. 경기도 교통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황당하고, 오세훈 시장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시정질문에서 경기도의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와 관련해 "서울시 예산까지 써 가면서 해 주겠다고 공표했는데, 기초지자체들에게 돈이 있으면 들어가라는 태도를 보인다. 사실상 도와주지 않는 셈"이라며 "기후동행카드는 시작부터 경기도에 열어 뒀다. 이제는 경기지사 선택만 남았다"고 발언했다.

이에 더해 오 시장은 만 19∼34세 청년층을 겨냥해 약 5만 원대로 할인한 기후동행카드 청년권을 내놓겠다고 발표했고, 과천·군포와 같은 도내 지자체들은 물론 4·10 총선에 나서는 여야 후보들과도 협의를 이어 가면서 김동연 지사에게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강하게 압박하는 중이다.

반면 도는 기후동행카드가 투입 예산 대비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시행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방침이다. 오히려 교통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오 시장을 역으로 공격했다.

김 국장은 "경기도에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정기권을 도입한다면 도민의 5∼6% 정도만 혜택을 본다고 판단한다"며 "반면 경기패스는 도내 교통인구의 약 60%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31개 시·군에 모두 효율적인 정책이라면 당연히 기후동행카드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도권 3개 지자체는 각 지역민 특성에 맞는 교통비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수도권은 물론 부산·광주 등 대다수 지자체가 다양한 교통정책을 내놓는 건 지역교통 특성을 반영해 내놓은 지극히 당연한 정책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호 간 건강한 정책 결정이 불필요한 정쟁으로 변질돼 2천600만 수도권 주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후동행카드 시행을 두고 수도권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 같은 교통 갈등을 해소하고자 출범한 수도권 교통 실무협의체도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기·인천·서울은 교통난 해결을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지만 갈등 구조가 풀리지 않으면 이마저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웅 기자 woo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