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우리가 사는 아파트 주거환경이 1980년대까지 건설사에서 지은 그대로 사는 게 대부분이었다면, 1990년대 리모델링 개념이 도입되고 구경하는 집들이 생겨나면서 여러 업체들이 상주해 입주자에게 다가감으로써 가구만의 취향이 반영된 집 꾸미기가 한창인 시대가 열렸습니다. 취향에 맞게 diy하는 유저들의 증가로 반제품 시장도 크게 성장했지요. 지금은 집을 꾸미는 데 투자하는 비용도 대폭 늘었고, 공사 기간 역시 석 달을 넘기는 현장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과거 아파트 딱지값이 주택복권 당첨금에 버금가고, 아파트 세 번만 갈아타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던 시대를 지나최근 몇 년간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영끌족도 많아졌는데 높은 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끝내 경매로 나오는 집이 숱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기도 합니다. 때마침 일감 부족으로 힘들어하던 필자도 어려움을 이겨 내고자 평소 하지 않던 아파트 리모델링과 하자 보수 일을 하게 됐는데, 꾸며 놓은 아파트는 팔 때 투자한 비용만큼 제값을 받는다고 여기는 MZ세대들이 많음을 체감합니다. 새집, 나만의 개성, 훌륭한 집 꾸미기… 과연 원하는 결과들을 얻고 있습니까? 

획일화된 단조로움을 피하고 자신들만의 집을 꾸미고 싶어 하지만 중문, 우드패널, 욕실수전, 주방기구, 냉장고장, 창호 등 새 아파트임에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매우 제한적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플라스틱수지나 필름 일색이죠. 집을 집답게 꾸며 놓은 집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자 투성이에 낮은 완성도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여러 세대를 방문하면서 받는 질문은 ①이게 얼마짜리 집인데? ②대기업에서 짓는 집이 왜 이 모양인가? ③비싼 돈 주고 선택한 옵션이 왜 이래? ④이렇게 해 놓은 게 말이 돼? 와 같은 짜증과 분노 그리고 체념 섞인 것들입니다.

필자와 같은 작업자는 시공사를 대변하거나 함께 험담할 수 없기에 최선책을 찾아 잘 마무리함으로써 하자로 스트레스를 받은 분들께 최소한의 위로를 해드릴 뿐입니다. 작업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을 소비자 권리로 아는 사람도 있는데, 필자는 설령 천대받거나 모욕을 받는다고 해서 모욕으로 되갚지 않으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순살아파트’는 인천 서구 모 아파트를 시작으로 가는 현장마다 터져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해외 토픽에서나 볼 법한 미개한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입니까? 필자처럼 대목을 해 본 목수 중에는 그와 같은 집을 일컬어 ‘개집’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 사는 집을 그렇게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대목이 진두지휘하는 집은 그렇게 완성되지 않습니다. 

강남에 짓는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도 수천 건의 하자가 발생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습니다. 여러분! 강남에 짓는 집이라고 자재가 다르고 사람이 다르겠습니까? 현장 작업자의 8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들이고 그중 80% 이상이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데, 주거환경이 우리나라 1970년대 수준도 안 되는 나라에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무슨 기술과 일하는 자세가 돼 있겠습니까? 수직·수평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건설사들은 어떻습니까?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고통받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기술 없는 외국인 노동자의 떼에는 뒷짐 지고 공기와 건축비를 핑계로 최소한의 완성도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건설사 책임이 가장 크지 않겠습니까? 

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휘하에 두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사느라 평생 제한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작업 방식이 답답해서 가르쳐 주면 "집이란 게 바람 막아 주고 비 안 새면 그만이지 뭘 따지느냐?"고 합니다. 시키는 대로도 못 하고 가르쳐 주는 대로도 못 하는, 계몽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지진이라도 발생하면 혹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됩니까? 철근이라는 게 100%에서 30%쯤 빠진다고 건물이 무너지는 건 아니지만 건설사에서 절반, 시공사에서 절반을 빼먹으면 결국 4분의 1로 버텨야 한다는 건데, 필자가 답해야 할 사안은 아니지만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허술하게 고정된 내부 마감재가 무너져 사람이 다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집값이 싸면 싼 대로 막 짓고, 비싸면 비싼 대로 대충 지어 돈을 남기지, 집값이 비싸다고 실력 있는 고급 인력이 투입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텐데 이를 어쩝니까? 시행사, 건설사, 은행, 주무관청, 선분양 후 시공, 빠르게 노후되는 건축 기법, 책임감 없는 하도급 구조에 기술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시공을 전담하는 것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이런 집을 ‘내돈내산’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주변에 없기를, 또한 밤새 안녕이라는 말처럼 인명을 해하는 재난이 부디 생기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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