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만약 어린이가 "하늘은 왜 파란가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누군가는 "하늘은 원래 파랗지, 그럼 빨갛냐?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고 질책하고, 다른 누군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같이 찾아보자. 왜 하늘이 파란색일까?"라며 그 이유를 찾는다면 이 두 가지 방식에는 어떤 교육의 차이가 있을까? 

사실인즉, 노을이 물들 때는 하늘이 빨개지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틀렸으며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을 죽이는 행위이고, 후자의 경우는 정반대로 아이가 아인슈타인으로 성장하도록 호기심과 관심을 고취하는 방식이다. 이를 우리는 티칭(Teaching)과 코칭(Coaching)의 교육 방식 차이로 접근할 수 있다.

티칭은 일방통행식으로 가르치는 교육이다. 배우는 학생이 알아듣든 못하든 상관없이 가르치기만 한다. 반면 코칭은 상대가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을 분석해서 잘하는 것을 가르치는 맞춤형 교육이다. 결국 아인슈타인이 말한 누구나 소유하는 천재성을 끌어내는 방식인 셈이다. 코칭 방식으로 스탠퍼드대학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대학의 교육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미국 최고의 교육공학자로 자리매김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폴 김 교수다.

폴 김 교수는 어린 시절 국내에서 학교 다니는 내내 거의 꼴등이었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님을 졸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가족과 친구조차 학력이 하위 1%에 해당하고 영어조차 잘 못하던 그에게 거는 기대는 우려 그 자체였다. 그런 가운데 주위로부터 마음의 상처만을 받은 그가 전 과목 A를 받도록 만든 교육 방식, 즉 코칭에 의해 세계적인 교육공학자로 성공하기까지는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미국에서 우여곡절 끝에 대학 준비 과정을 마치고 첫 학부 강의로 신청했던 음악 수업에서 담당 교수는 베토벤, 모차르트 음악을 듣게 하고 감상 에세이를 5장 써 오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하지만 폴 김은 단지 한 줄로 ‘This music is good’이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했다. 담당 교수는 어떤 연유인지 상담 후 한글로 쓰게 함으로써 5장을 써 간 그 내용을 인내심을 갖고 일일이 사전을 찾아 설명하게 함으로써 음악 수업임을 감안해 음악 감수성이 뛰어남을 인정하고 A를 줬다. 이는 그에게 인생에서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코칭으로, 오늘의 폴 김 교수를 길러 낸 일화로 교육계에 널리 알려졌다.

티칭과 코칭의 차이는 이렇게 큰 결과를 낳는다. 코칭 방식으로 자신이 직접 아르바이트로 가르친 아이에게서 성과를 확인한 후 폴 김 교수는 컴퓨터공학 전공에서 "교육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나도 코칭을 통해 인생이 바뀌지 않았나. 교육으로 눈을 돌려보자. 컴퓨터와 교육을 접목시킬 방법을 찾아보자"며 교육공학자 길로 전환해 오늘날의 가상현실 메타버스 프로그램을 이미 25년 전에 개발했다. 

우리 교육의 큰 문제는 아직도 주입식의 티칭 중심이다. 에드 아스트라 스쿨(Ad Astra School)은 일론 머스크가 자기 자녀들을 교육시키려고 실리콘밸리에 세운 사립학교다. 이 학교는 7세부터 14세까지 코칭 방식 교육으로 유명하다. 학년을 정하지 않고 주제에 따라 팀을 나눠 묻고 답하고 탐구하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문제를 토론시키면서 창의력과 소통, 공감 능력을 키워 준다. 

경쟁교육 일변도로 대학입시라는 국내 이슈에만 빠진 우리 수업은 질문이 없는 죽은 교육이다. 이제 교사, 관리자도 다시 배우기를 셀프 코칭으로 마중물 삼아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서 잠재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미국의 민중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I have so many miles to go before I sleep"이라 했다. 편안하게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한 우리 교육, 그중에 가장 우선적인 개혁은 교사의 티칭이 아닌 코칭에서 찾아야 한다. 미래 교육은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常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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