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재 한신대 재활상담학과 교수
이인재 한신대 재활상담학과 교수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을 망라한 사회적 경제의 위상과 역할이 확대된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은 2008년 관련 입법 시행 이후 지속 확대됐다. 협동조합 육성 역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활발하게 이뤄진다.

2023년 기준 주요 사회적 경제사업을 수행하는 중앙행정기관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17개다(사회적기업진흥원, 2023년 사회적 경제 주요 사업 안내).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뿐만 아니라 인천시 등 대다수 지방정부도 경쟁적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경제 창업을 지원하는 중간 지원 조직도 다수 만들어졌다.

정부의 사회적 경제 지원은 개별 사회적 경제기업 육성에서 출발해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으로 확대됐다. 기초지자체 단위 지원조직은 주로 사회적 경제기업 육성에 초점을 둔 반면, 광역 단위 지원 조직은 광역 단위 사회적 경제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중앙정부는 사회적 경제기업 금융 지원 등 생태계 육성을 담당한다.

정부의 지원 정책은 초기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생존하면서 지속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 차원의 적극 참여가 필수다. 인천지역에서도 2010년 ‘인천광역시 사회적 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포함해 여러 민간 단위 중간 지원 조직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경제활동을 지원한다. 현재 인천지역에는 사회적 기업 232개, 협동조합 232개 등 1천91개의 사회적 경제기업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사회적 경제는 공공, 기업, 시민사회 특성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조직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사회적 경제는 취약계층 고용, 시장에서 불충분하게 제공되는 사회서비스 수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궁극적으로 지역사회 통합에 기여한다.

그동안 사회적 경제활동은 초창기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였고, SK그룹 등 기업들의 적극 참여를 통해 소셜벤처 등 사회혁신기업의 창업도 지속 확대됐다. 특히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사회적창업특구지역은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 클러스터로 주목받는다.

사회적 경제 영역의 확대는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첫째,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실업과 양극화 문제를 사회적 경제기업 육성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한다. 예를 들어 청년실업과 경력단절 여성의 실업 등 구조적 실업에 대해 노동자협동조합이나 혁신형 사회적기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취약계층 대상 노동통합형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 장애인, 이주여성, 노숙인, 가출청소년, 기초수급자 등의 자활과 일자리 창출은 경제적 약자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한다.

셋째,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지원한다. 노령화와 여성의 경제적 참여 진전에 따른 돌봄 등 사회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에 대응해 서비스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육아협동조합, 사회서비스제공형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의 역할이 크게 증가한다.

넷째,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 공동체 복원을 기대한다. 지역사회 환경보전이나 주민들 간의 관계, 즉 공동체성 복원, 그리고 낙후된 지역의 재생 문제나 주택·주거 개발 문제 해결에 주택협동조합, 코뮤니티 기반형 사회적 기업·사회적 협동조합, 마을만들기 활동 등 사회적 경제조직이 함께한다.

앞으로 사회적 경제활동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혁신활동이 강화돼야 한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도 일자리 제공과 사회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식집약적·기술집약적 성격을 갖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경제 육성이 필요하다.

사회적 혁신은 새로운 제품, 공정,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백신기술 개발, 새로운 상하수도 처리시스템 도입, 건강진단 시스템 도입, 인터넷 기반 교육시스템 도입, 재생에너지 확산 등은 기술에 기반을 둔 사회적 혁신의 실례들이다.

국내외적으로 기술집약적 사회적 경제는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녹색혁신과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거나 에이즈(AIDS),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성 질병의 예방·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적 경제활동은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를 넘어 전통적인 해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적 수단이 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