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교육정책의 지속성 확보가 필요하다.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을 일명 ‘킬러문항’이라고 규정하고 수능 출제에서 배제한다는 말에 2024학년도 입시가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는 2028학년도 입시에서는 미·적분Ⅱ, 기하를 배제하겠다고 한다.

공교육(학교교육)과 사교육(학원교육과 과외수업)은 보완 성격을 가져야 함에도 지금은 완전 대체재로 변한 교육현장을 교육당국은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은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의사 파업이 진행될 때마다 대책보다는 의사를 겁박하고 그들은 환자를 담보로 하면서 20년 넘게 의대 정원 문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본질을 보지 못하는 비껴가는 어설픈 정책은 국민이 볼모가 됐고,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항상 본질을 보지 못하고 전문가다운 전문가 없이 어설픈 핵심을 비껴가는 정책들만 남발한다.

# 입시에서 미·적분Ⅱ를 제외하는 문제

미·적분Ⅱ, 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부분임에도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줄인다는 어설픈 변명은 공교육을 포기하는 발언에 준한다. 

심화 수학은 이공계 학과 1학년에서 배우는 과목의 기초가 되는 미분법·적분법·벡터 등을 다룬다. 교과과정이 바뀌면서 초월함수의 미적분 등을 배우지 않고도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또는 신입생들의 수학 학력 저하로 학생들이 대학 이공계 교과목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어 별도로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을 이수하는 기간이 필요하다(중앙일보,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 10명 중 4명은 고교수학 다시 가르쳐야’ 2023년 5월 29일).

현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미세한 변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수학으로 표현하면 대체로 미분방정식 형태가 된다. 이들 방정식을 풀기 위해 우리는 미세한 변화들이 쌓여 추후 어떤 결과로 귀결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이 과정이 적분이다. 그렇게 방정식을 푼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미적분학은 빅데이터에서 수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다루는 데 핵심적이다. 빅데이터 해석과 패턴 인식에 미적분 원리를 적용해 효율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AI에서의 미적분은 기계 학습 알고리즘에서 최적화를 위한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비용 함수를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미적분은 경사 하강법(Gradient Descent) 등의 최적화 알고리즘에서 사용돼 모델의 학습을 향상시킨다.

이미지·음성 처리에서도 미적분이 핵심으로 사용된다. 이미지 처리에서는 픽셀 간 변화율을 통해 경계선을 감지하거나 음성 처리에서는 파형의 미분을 통해 음성 특징을 추출하고 해석한다.

자율주행차와 로봇공학에서 미적분은 경로 계획, 제어 시스템 설계, 센서 데이터 처리에 사용된다. 차량이나 로봇이 주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안전한 동작을 위해 미적분은 필수적인 수학적 도구다. 

머신러닝 모델 해석과 해석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도 미적분은 중요하다. 모델의 예측을 이해하기 위해 미적분을 사용해 특정 기능이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모델의 동작을 설명하는 데 활용된다. 이밖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학문이다.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한다며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코딩교육을 실시하면서 고등교육을 위한 입시에서 수학 범위를 줄이는 것이 과연 일관적이고 타당한가. 

한 나라에서 국가 단위의 시험에 어떤 내용을 포함시킬지 문제는 그런 내용을 국가가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하게 여기고 본질을 아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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