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여주시내 한 초등학교 모습.
27일 여주시내 한 초등학교 모습.

"우리 학교(유치원) 입학을 축하해.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지내자."

지난해 3월 여주 A초등학교 입학식장에 걸린 펼침막 문구다. A초교는 펼침막과 함께 풍선 장식으로 입학식장을 꾸며 신입생을 맞았다. A초교에 입학한 학생은 3명이다. 그나마 올해는 입학식을 보지 못한다. 신입생이 ‘0’명이다.

27일 찾은 A초교 운동장은 학생 하나 없이 텅 빈 상태였다. 교원들은 별도 입학식 준비 없이 학교 곳곳에 쌓인 나뭇잎과 지저분한 장애물 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A초교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신입생으로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외국으로 가거나 다른 지역 학교로 가게 됐다"며 "대도시와 떨어져 있다 보니 일부 학부모들이 거리가 있어도 다른 학교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1919년 이 학교를 설립한 후 신입생을 받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기준 1학년 3명, 2학년 6명, 3학년 8명, 4학년 5명, 5학년 7명, 6학년 19명으로 모두 38명의 재학생이 있었지만 6학년이 졸업하고 신입생이 없어 전체 학생 수도 29명으로 준다.

학년별 1개 학급을 둔 이 학교의 학급 평균 학생 수도 지난해 6.3명에서 5.8명으로 감소한다. 지난해 기준 여주지역 학교의 학급 평균 학생 수는 17.3명이다.

A초교 인근 B초교도 올해 입학식을 하지 않는다. 역시 신입생이 없다. 1930년 학교 설립 이후 처음이다.

B초교 관계자는 "매년 신입생이 감소했지만 한 명도 없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전체 재학생 수도 매년 줄어 앞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B초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신입생 예비소집 때 3명의 입학생을 확인했지만 모두 다른 학교로 결정했다.

이 학교도 지난해 말 6학년 11명이 졸업, 전체 학생 수가 60명에서 49명으로 준다. 학급 평균 학생 수는 8.2명으로 역시 여주시 평균을 밑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여주시 2곳과 파주 1곳, 포천 1곳 초등학교의 신입생이 ‘0’명이다. 지난해는 신입생이 한 명도 없던 학교는 없었다.

인구 고령화와 농촌지역 기피로 인구수가 줄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도교육청 설명이다.

한 교사는 "학부모들의 입학 관련 문의가 종종 있지만 학생 수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입학을 꺼린다"며 "일부 학생은 주민등록상 주소는 농촌이지만 실제 사는 곳은 도심지로 그곳 학교로 진학한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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