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우루과이에서 주재원 생활을 시작할 때다.

2∼3대의 비행기 경유 끝에 26시간이 지나서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에 마중 나온 직원과 인사한 후 짐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방 4개에 화장실 3개가 있는 커다란 아파트였다. 4층에 위치한 숙소 바로 앞에는 해변가와 더불어 넓은 바다가 있어 전망이 좋았다.

부랴부랴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웠다. 비행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이 덜 깬 상태에서 숙소와 15분 거리에 있는 한식당으로 출발했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삼겹살을 비롯한 다양한 한식을 배부르게 먹었다. 소주와 와인, 양주를 비롯한 다양한 술로 격한 환영식을 마친 그날, 만취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시차 적응이 안 된 상태라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우루과이에 도착한 지 하루도 채 안 됐지만, 현지 적응을 빨리 하자는 생각으로 숙소에 있던 시리얼과 과일, 빵 종류로 대충 아침을 때웠다.

우루과이는 매주 일요일 또는 일정 날짜에 열리는 장 문화가 발달해 동네가 시끄러웠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우루과이 시장 문화 탐방에 나섰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각종 과일들과 생물, 갓 구운 빵 등 없는 게 없었다. 심지어 고양이와 개를 포함한 애완동물들도 판매했다.

우루과이는 아시아 사람들이 별로 없는 나라 중 하나로, 시장 상인들은 혼자 이리저리 둘러보는 아시아인을 처음 봤는지 이것저것 맛을 보라며 음식을 주기도 했다.

한국과는 달리 목소리를 크게 내서 물건을 판매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팔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인드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재원 생활을 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요즘 들어 한 번씩 우루과이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느긋했던 일상이 생각날 때인가 싶다.

누구에게나 물질적 욕심은 있지만, 대부분의 우루과이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 가진 것에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혹자는 이러한 생활을 나태함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 한번씩 필요한 단비 같은 휴식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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