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 폐지 이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 방안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주지하다시피 정부 원칙은 단통법 폐지다. 다만, 선택약정 할인 제도 등 이용자 보호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 이관을 통해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만 없앨 경우 선택약정 할인율에 묶인 다수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택약정 할인은 공시지원금 대신 통신 기본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제도다.

올바른 방향이다. 사실 단통법처럼 실효성과 타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은 제도는 없을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은 ‘휴대용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라는 양대 산업이 결합돼 소비되는 특수한 영역이다. 둘 다 대규모 선투자가 필수인 탓에 과점적 산업 구조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 시장처럼 전면적인 요금 경쟁보다 상품 차별화와 보조금을 통한 국지 경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유통의 문제로 간주하고, ‘이용자 차별 해소’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한 게 단통법이다.

단통법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점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보조금 억제로 경쟁이 축소된 점이다. 당연히 소비자 후생은 줄고,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판매량을 늘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의 보조금 공시 제도는 오히려 담합의 매개체로 작용했고, 요금을 낮추기 위해 보완 입법으로 내놓은 선택약정 할인은 (가격 개입으로) 경쟁만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전면적 폐지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쁜 제도도 일단 도입되면 시장은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최적의 거래 관행을 만들어 간다. 현재 2천600만 명 이상이 이용할 정도로 고객 수요가 정착된 선택약정 할인이 대표적 예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바람직하다. 하나 더 있다. 단말기 자급제 덕분에 성장한 알뜰폰 시장이다. 요금제 인하와 단말기 할인 경쟁 속에서 ‘가입 불편하고 초기에 목돈까지 써야 하는’ 알뜰폰이 살아남을지 모르겠다. 단통법으로 수많은 판매 점포가 도산했듯 또 다른 제도적 희생양이 발생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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