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포천문화원장
이종훈 포천문화원장

우리가 사는 포천에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자연유산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유산이 자리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포천문화원에서 근무하며 포천 관내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삼국시대 반월산성, 근대 포천성당과 방어벙커까지 포천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조사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잘 보존·연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지역 문화사를 연구·전시·교육하는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은 ‘포천’을 표현하는 정체성이 되고, 포천 사람들에게는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998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 ‘포천 반월산성(抱川 半月山城)’은 포천의 주요 상징 공간이자 포천시민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청성산에 위치한 반월산성은 능선에 반달 모양으로 축성된 퇴뫼식(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성벽을 두른 것) 석축산성으로, 그 모양이 반달(半月) 같다고 해 반월산성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1994년 지표조사를 시작으로 1995~1997년 발굴조사를 통해 삼국시대 백제가 처음 축조하고 이후 고구려가 성을 견고히 해 사용했음이 밝혀졌다. 문헌상으로도 많은 기록이 남은 만큼 필자는 포천학연구소에서 반월산성에 대한 문헌자료를 꾸준히 조사했는데, 문헌상에는 ‘반월산성(半月山城)’, ‘청성(靑城)’, ‘고성(古城)’으로 기록됐으며, 출토 유물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다양하게 확인됐다. 

그중 가장 중요한 출토품은 ‘마홀수해공구단(馬忽受解空口單)’이 쓰여진 기와다. 총 7자의 명문이 새겨진 이 기와는 장방형의 액 안에 적혔는데, ‘마홀(馬忽)’이라는 지명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고구려의 지명으로, 삼국시대 포천 반월산성이 자리한 지금의 포천이 고구려 영토였음을 시사할 가능성을 높여 준다. 또 반월산성에서 출토된 기와편을 보면 고구려 기와로 추정될 뿐만 아니라 신라의 토기도 대량 출토됐다. 이를 통해 포천 반월산성은 삼국시대 백제·고구려·신라가 모두 사용했던 주요한 산성임을 확인할 수 있다. 

포천시는 오랫동안 멈췄던 반월산성의 시·발굴 조사를 다시금 시작했다. 오랫동안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던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가 누구보다 반갑다. 반월산성에 대한 꾸준한 조사가 이뤄져 앞으로 지어질 포천시립박물관의 전시·조사·연구의 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포천에는 2006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구 포천성당(舊 抱川聖堂)’이 있다. 1955년 6군단장 이한림 장군이 지은 성당으로,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고딕 양식이 가미됐으며, 종탑과 뾰족한 아치 창호 등 전형적인 근대 석조 성당 건축의 의장적 특징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이처럼 건축학적 가치가 높은 ‘구 포천성당’은 1990년 성당의 목조 바닥과 목조 지붕틀이 전소됐지만, 옛 성당을 그대로 보존하고자 지붕과 창틀만 복원하고 석조는 그대로 남겨 둔 것은 역사적 가치 보존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포천은 한국전쟁 당시 주요 격전지로, 많은 문화유산이 파괴되거나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또 현재까지도 도처에 많은 군부대들이 주둔하는 군사지역으로, 포천 전역에 걸친 문화유산을 조사·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잔존한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소실되고 파괴돼 온전히 남은 문화유산이 부족한 탓에 그에 따른 연구가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포천시립박물관을 건립하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포천은 그동안 포천학연구소를 중심으로 미약하나마 꾸준히 역사적 문헌 등을 연구·조사하고자 노력했다. 또 국가지정문화재, 국가등록문화재, 경기도지정문화재, 포천시향토문화재 등 꾸준히 포천 문화재를 지정·등록했으며, 포천 관내 인물에 대한 조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앞으로 포천시립박물관이 건립된다면 지금까지 진행했던 포천사 연구가 더욱 힘을 받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롭게 건립되는 포천시립박물관이야말로 포천시가 추구하는 인문도시를 이루는 주요한 상징물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인문도시가 갖춰야 할 대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포천시립박물관이 탄생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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