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취하는 의료진 /사진 = 연합뉴스
휴식 취하는 의료진 /사진 = 연합뉴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강대강’ 대결 구도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일선 의료현장은 탈진 상태에 빠졌다.

3일 인천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은 지난달 29일까지다. 하지만 데드라인이 지났음에도 사직서를 냈다가 철회하고 지난달 23일 복귀한 인천세종병원 인턴 3명을 제외하면 복귀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사직서를 제출한 인천지역 전공의는 456명으로 전체(540명)의 84.4%다. 전체 전공의 63.7%인 344명은 지난달 29일 이후 출근하지 않았다. 시는 현장점검을 통해 24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이들이 현장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진료 지연 사례나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증 환자는 인근 병원으로 유도하고, 중증과 암 환자는 우선적으로 일정을 조정하는 등 일선의 노력과 함께 시민들 사이에서 진료가 밀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그러나 현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남은 의료진의 탈진에 따른 응급실 마비 등 의료 공백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 대다수가 이탈하면서 남은 인원들이 돌아가며 응급실 당직을 서는데, 이들의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길병원이나 인하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야 할 중증 환자들이 중소병원으로 몰리면서 이곳 의료진들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한 병원 관계자는 "처음부터 우려했던 상황이기도 하다"며 "체력 문제는 주관적이긴 하지만 응급실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체력이 아닌 정신력으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지키는 상황이지만 전공의에 더해 전문의까지 이탈할 수도 있어 자칫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응급실 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하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의료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어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성식 기자 js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