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입시에서 킬러문항의 제거

정상적인 공교육에서 풀 수 없는 문제이거나 사교육에서 학습한 학생들이 유리한 문항을 킬러문항으로 규정하고 수능입시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면서 작년 입시 역시 혼란을 경험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볼멘소리를 정부에 퍼부었고 교육당국을 신뢰하지 않았다. 본질은 공교육만으로 입시를 치르고 대학을 원활하게 진학할 수 없는 공교육 현장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본질이고 핵심이다.

#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의 문제

외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외국어 인재를 키우겠다고 설립한 외국어고(1984년), 과학인재를 키우겠다고 100% 공립학교였던 과학고는 2000년대 중반까지는 최정상이었으나 입시에 따라 변질됐다. 사교육을 정비하겠다고 만들었던 자율형사립고 등은 공교육이 정상화됐다면 외국어를 좋아하고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고등학교가 됐을 것이 핵심이고 본질인데 명문대 진학을 위한 전단계로 변질된 것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당국의 직무유기다. 그러면서도 고입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비판받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 방침을 세워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기는 현실이다.

#의대증원 확대와 의대특수 사교육 업계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64%는 지난해 조사에서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며, 교육에 대한 장기 비전 설정과 지속성 담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대 정원확대 발표 이후 강남 대치동 학원가는 의대 광풍과 재수 종합반은 이미 마감되고 상위권 학생들도 반수를 강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학은 학생을 붙잡기 위해 무전공 선발 비율을 높이고, 선발 비율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린 수도권대·국립대에 국고 인센티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는 상황이다.

의대 증원에는 200명만 늘리려 해도 교육준비 기간이 최소 5∼10년이 필요하며 기초의학 교수인력은 어디서 구할지 하는 문제, 병원에서 수용 능력 등 문제점이 많다. 전공의 집단파업의 본질은 필수 의료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부정책의 헛발질이라는 점이다. 의사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것(히포크라테스 선서)이 맞다. 하지만 응급의학과의 경우 의료 현장을 사명감으로만 지킬 수 없는 자본주의 논리와 의료계의 전공 편중, 수도권의 의사 집중의 문제 등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본질이다. 정부는 필수의료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의사들과 합의를 이끌어 내는 준비도 안되었다는 정책 부재다. 의사들에게 교수 채용 및 정주여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 복무를 유도하는 ‘지역필수의사제’와 같은 정책도 있고, 응급의료 체계를 살리기 위해 취약지역의 응급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문제는 10년, 20년 전부터 의료대란 때마다 계속 나온 말들이다. 

의사의 말도 맞고 환자의 말도 맞지만 그 중재의 역할은 정부의 몫인데 본질을 비껴가니, 의대 증원의 문제는 수십 년 동안 한발자국도 진전이 없다. 인기투표처럼 의대 정원의 문제를 봐서는 안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의사도 책임지고 의사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지역에 남아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인프라의 구성(필수의료제에 대한 대우개선과 의료사고로 인한 법적 위험성을 낮추는 문제 등)과 수도권에 집중하는 성형, 피부과 등 응급과는 관련 없는 직종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에도 본질을 제대로 비껴간다면 강남학원가를 중심으로 초등학생 대상 ‘의대반’의 기형적 입시경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본질을 알아야 한다. 의료파업이 아니라 집단행동을 넘어서는 필수의료 현장의 절망감과 그에 따른 ‘의업포기’로 이어질수 있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인식, 비껴가는 정책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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