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1인 가구 정책 쇼케이스’에서 1인 가구와 대화를 나누는 이재준 수원시장.
지난해 열린 ‘1인 가구 정책 쇼케이스’에서 1인 가구와 대화를 나누는 이재준 수원시장.

광주광역시가 고향인 김광원(31·당수동)씨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수원에 쭉 살았다.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취업 후 7년째 ‘1인 가구’로 생활한다. 성인이 돼 수원으로 온 김 씨는 동네에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딱히 없다. 동네에서 편하게 만나거나 이사할 때 원하는 기반시설을 갖춘 지역에 대한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어 아쉽다.

김 씨는 "1인 가구는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이 대부분이라 수원에 아는 사람도 적고,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며 "수원시가 동네별로 1인 가구 청년들이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1인 가구가 된 지 3년 됐다는 고정희(69·영통2동)씨는 "장·노년층 1인 가구가 가장 힘든 점은 외로움"이라며 "장·노년층 1인 가구에 전화로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물어주고, 1인 가구 지원사업 정보를 제공하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고 씨는 "수원시가 안부 전화를 하는 자원봉사자와 1인 가구를 연결해 줬으면 한다"며 "안부 전화 자원봉사 사업을 추진하면 기쁘게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김모(39·여)씨는 "주차가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에 살고 싶지만 소형 아파트가 적어 1인 가구는 어쩔 수 없이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66㎡ 이하 소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했다.

1인 가구 맞춤형 온라인 플랫폼 ‘쏘옥(SsOcC)’.
1인 가구 맞춤형 온라인 플랫폼 ‘쏘옥(SsOcC)’.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2022년 기준)에 따르면 수원시 1인 가구 비율은 34.4%다.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2010년 24.8%에서 10여 년 만에 10%p 늘었다.

수원시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발맞춰 체계적으로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3월 ‘1인 가구 지원팀’을 신설했고, 1인 가구 관계 기관 간담회, 1인 가구 정책 설문조사·간담회를 꾸준히 열며 1인 가구 의견을 반영한 지원 사업·정책을 수립·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지역을 찾아가 지원 사업을 홍보하고 맞춤형 상담을 하는 ‘찾아가는 1인 가구 새빛 솔로라이프(SoloLife) 스테이션’ 운영을 시작했고, 11월에는 1인 가구를 초청해 1인 가구 정책 쇼케이스를 열었다.

올해 초에는 1인 가구 사업 정보를 한눈에 보는 1인 가구 맞춤형 온라인 포털 ‘쏘옥(SsOcC)’을 개설했다. 쏘옥은 ‘Suwon Safe(안심) One Convenience(편의) Connect(연결)’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수원시 1인 가구 지원사업 브랜드다.

수원시는 올해 1인 가구 지원 사업 목표를 ‘1인 가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한 내실 있는 1인 가구 정책 추진’으로 설정하고 복지여성국장을 총괄로 하는 ‘1인 가구 종합 컨트롤타워’도 운영 중이다. ‘연결’, ‘안심’, ‘편의’ 3개 추진과제를 중심으로 40여 개 사업을 추진한다.

‘연결’은 1인 가구들이 교류하며 소통하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뼈대다. 구별로 ‘요리와 나눔’, ‘에이징 솔로’, ‘배움과 문화’, ‘One 크루(청년 관계망 확대사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4구(區) 4색(色) 1인 가구 거점 지원사업’을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 쏘옥 활성화’, 1인 가구 시민참여단 ‘쏘옥 패밀리 활성화’와 같은 사업을 한다.

‘안심’은 1인 가구가 안심하고 살아가도록 생활안심망을 구축하고 주거안심 지원을 한다. ‘여성 1인 가구 안심패키지 보급’, ‘청년 월세 지원’, ‘새빛 청년존(ZONE)’을 비롯한 17개 사업이 있다.

여성 1인 가구 여성안심 패키지 지원 사업은 범죄에 취약한 여성 1인 가구에 창문 잠금장치, 휴대용 비상벨 등 ‘안심물품’을 지급하며, 새빛 청년존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세권 비주택 리모델링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할 청년을 시가 자체 선정 기준으로 모집해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하는 사업이다.

‘편의’는 1인 가구 돌봄체계 확대와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으로 구성했다. 관련 추진 사업은 수원새빛돌봄사업, 초거대 AI(인공지능) 활용 위기가구 발굴·지원사업 등 12개다.

지난해 창룡문 일대에서 열린 ‘1인 가구 새빛 수원(One) 크루’ 행사.
지난해 창룡문 일대에서 열린 ‘1인 가구 새빛 수원(One) 크루’ 행사.

수원시여성자문위원회와 함께 추진한 1인 가구 청년 대상 역량 강화 지원사업 ‘새빛 솔로(Solo) 자문’도 있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자문위원회 위원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청년들에게 창업·경영 노하우를 알려 주는 강의를 한다. 지난해 10~11월 두 차례에 걸쳐 1인 가구 청년 3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새빛 솔로자문에 참여한 한 청년은 "여러 사람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라고 호평했다.

수원시의 모든 1인 가구 사업 정보는 온라인 플랫폼 ‘쏘옥(SsOcC)’(www.suwon.go.kr/web/1insuwon/index.do)에서 볼 수 있다. 시 부서와 관계 기관이 추진하는 모든 1인 가구 사업 정보를 제공한다. 1인 가구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공간’, 1인 가구 관계 기관을 안내하는 ‘기관안내’ 게시판도 있다.

소통공간 게시판에선 ‘인계동에서 혼밥하기 좋은 집 추천’, ‘커피캡슐 나눔’, ‘뮤지컬·연극 함께 보러 다니실 분’ 등 1인 가구가 올린 글을 본다.

수원시는 지난달 ‘수원시 1인 가구 실태조사·정책연구’를 시작했다. 수원시정연구원이 수행하는 이번 연구에서는 시 1인 가구 현황과 특성, 생활실태, 정책수요 등을 파악해 1인 가구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세밀하게 설정한다.

이재준 시장은 "1인 가구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1인 가구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는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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