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전문직을 가졌다. 자신이 살아왔던 분야에서도 충분한 자산을 만들었고 자아실현을 했음에도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보통의 사람들은 정치하면 손사래를 친다. 되지도 않는 일들에 큰소리만 나고, 논의해 나랏일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보다는 무조건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며 목소리만 높이기 때문이다. 정쟁으로 엇박자만 내는 현재 정계의 모습을 보고 지레 손절하는 것이다. 물론 나라와 국민을 위한 헌신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판에 들어만 가면 사람들이 바뀐다.

정쟁의 주목적이 무엇인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상대 당에서 내놓은 정책에 관한 관심도 아니고, 자신의 당에 대한 일방통행이다. 상대 정책을 분석하고 토의해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들어볼 생각도 없다.

다수의 정당은 서로 경쟁하며 나라와 국민의 안전과 발전을 도모해야 하지만, 정쟁을 일삼고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하며 시간만 좀먹는다. 이 와중에 다가온 총선을 치르고자 기존 정당은 물론 새로 창당하는 당까지 앞다퉈 공약을 내놓는다. 선거에서 정당의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것으로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사실 현실 가능성보다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작동한다. 정부와 국민 입장에서는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예산의 확보와 진행을 구현하는 정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공약은 다분히 투표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슈를 앞세우게 된다.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총선 공약을 보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 대부분이다. 더 많은 유권자에게 호소하며 전략적인 수를 쓰는 것이다.

현 정권에서 의석수가 많은 야당의 자기 주장은 번번이 여당과 정부의 정책들을 좌초시켰다. 이 때문에 시의적절한 정책 구현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22대 총선은 이러한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중요한 시점에 있는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대내외로 몰리는 외교·경제 문제를 풀어내고 우리나라 미래를 만들어 내는 도약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약은 찾기 어렵다.

감세 공약을 필두로 국민들의 짐을 덜어주겠다며 민심을 현혹한다. 세금을 덜 내게 하겠다고 금융투자소득세, 임시투자세액공제, 가상자산 매매수익공제 등을 들썩이며 경쟁을 벌인다. 심지어 소득세를 물가에 연동하는 등의 정책으로 세금을 깎아내는 공약을 남발한다. 이러한 공약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빠졌다. 이렇게 하겠다만 있지, 공약으로 줄어드는 세액은 어떻게 보존할지 해당 재원의 확보에 대한 계획들은 찾아볼 수 없다. 

공약(公約)은 유권자에게 하는 공적인 약속인데, 그 약속의 시작부터 공약(空約)의 기미가 보인다.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지켜질 수 있을지 그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정책을 내세운다. 유권자가 꼼꼼히 따져 봐야 하지만 이미 등을 돌려 버린 무관심이 공약(空約)을 판치게 만든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대의민주주의의 신뢰도 잃어버리게 한다. 어느 정당에서 어떤 후보가 출마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상황은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복지, 일자리, 감세 등의 정책으로 다시 유권자의 관심을 일으켜 보려고 하지만 빼기만 있는 정책에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 기존 국가재정도 재정수지가 마이너스 상황인데 이를 회복하는 문제는 제치고 더 많은 마이너스를 만들겠다고 하는 정책에 손을 보탤 수는 없다. 현재 우리 국가재정은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 규모가 커진다. 지난해 국세 감면율은 국가재정법으로 권고하는 14%를 넘어선 16.3%였다. 정부의 살림살이를 안다면 공약으로 내세울 수 없는 정책이다. 

수요를 무시한 공약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사업 타당성을 점검하지 않은 투자를 진행하는 등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들이 약속된다. 생산성과 나라 발전을 도모하는 근간이 아닌 포퓰리즘을 목적으로 하는 공약이 문제다.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일신의 안위나 정당의 입지가 아닌, 나라와 국민을 먼저 봐야 한다. 현재의 표를 위해 미래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공약을 하겠다면 차라리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는 일상에 머무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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