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갑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용갑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돌봄 전성시대다. 하지만 수요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생애주기를 기준으로 연계하고 통합하며 부족한 것을 추가 제공하려는 발상의 전환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제도, 담당 기관·부서, 예산, 제공기관 등 공급자 중심으로 작동되는 것이 현실이다.

저출생·고령사회에서 다양한 돌봄서비스의 통합제공 우선 대상은 아동뿐만 아니라 노인과 장애인, 환자다. 현재 이들은 필요한 여러 종류의 서비스를 제도별로, 사업별로 구분해 신청하고 자격을 부여받은 후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신청도 어렵고, 제공되는 개별 서비스는 연계되지 않아서 욕구를 충분하게 충족시켜 주지도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2019년부터 노인, 환자,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국정과제로 설정해 몇 차례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많은 지자체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을 시행하지만 관련 법률이 없어서 예산, 인력, 인프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인천시는 2022년 뒤늦게 자체 시범사업을 실시했지만, 2023년부터는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다.

2024년 2월 29일 국회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7건의 법률안을 하나로 조정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면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국가와 지자체의 법적 의무임을 명확히 했다. 이 법안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국가와 지자체는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주거 등의 서비스를 직접 또는 연계해 통합적으로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안은 이를 위해 광역지자체장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5년마다 ‘통합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초지자체가 이 계획을 시행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이 법안의 시행령·규칙 제정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들이 효과적으로 연계돼 통합 제공되도록 정부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보건·의료·주거·복지·돌봄서비스 제공 단체들과의 협력관계 설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광역지자체에게 중요한 것은 기초지자체가 지역주민에게 지역사회 돌봄서비스를 연계해 통합 제공하도록 지원하고, 중앙정부·전국 단위 공공기관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역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이다.

그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쌓지 못한 인천시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보건의료·노인요양·장애인·사회서비스 분야 조직의 통합적 연계조직 신설, 기초지자체 지원, 중앙정부와 협의, 시범사업 경험이 있는 지자체 벤치마킹, 다양한 시범사업 내용 확인, 전국 단위 관련 공공기관과의 협력 등 인천시청 특정 담당부서 테두리에서 벗어난 다양한 차원의 이해관계자들과 협력이 필요해진다. 

다행히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2년 후 시행된다는 부칙 규정에 따라 인천시에는 법적으로 2년의 준비기간이 주어진다. 그 준비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인천시 추진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지원체계의 정비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조례 제정을 통해 광역지자체 차원의 법적·행정적·조직적 준비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천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설계하고, 지역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현재 대내외로 혼란을 겪는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안정화와 개별 사업 지원 중심의 인천사회서비스원 연구개발 기능을 인천시 사회복지정책의 기획·평가·지원 및 관련 기관과의 협력으로 재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법적으로 주어진 2년의 준비기간 인천시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는 2026년 초에는 누구나 알게 될 것이며, 인천시민은 그 성과를 다른 광역지자체와 비교·평가할 것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후발 주자인 인천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2년의 준비기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내용으로 하는 시간표 작성이다. 시간표 작성은 시작은 어렵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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