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 연방대법원이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출마 자격 유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트럼프의 대권 재도전을 막은 거대한 장애물 하나가 공식적으로 제거됐다. 앞서 콜로라도 대법원은 트럼프가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회에 난입하도록 한 것’을 반란 가담 행위로 규정하고 콜로라도주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했다. 이것이 연방대법원에서 정반대로 뒤집혔다. 현재 추세라면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확실시 된다.

헤아릴 수 없는 법적·도덕적 하자에도 그가 열광적 지지를 받는 이유는 하나다. 미 국민의 배타적 이기주의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와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정책, 반이민, 동맹 경시로 구체화되는 포퓰리즘 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트럼프는 재임 중 나토 회원국 정상들에게 "러시아가 침공해도 당신들을 보호하지 않겠다. 러시아가 원하는 걸 하라고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이런 캐릭터라면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내년에 종료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분담금을 대폭 올리려 할 테고, 이를 관철하고자 주한미군 감축·철수를 레버리지로 사용할 공산이 크다. 어렵게 첫 매듭을 풀어낸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도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기우가 아니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의 2023년 미 국민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층 53%가 ‘북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이 한국을 방어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나타났다. 포퓰리스트인 트럼프가 이를 간과할 리 없다.

북은 줄곧 자신들의 핵 개발을 ‘생존용’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협상용’으로 치부하지만, 어느덧 한반도의 ‘실존적 위협’이 돼 버렸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라면 북은 2030년까지 200∼300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리라 전망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협상 대상이 적이든 파트너든 안보만큼은 선의와 낙관에 의존해 미래를 결정해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 자체 핵 보유를 추진하고, 중·단기적으로 유사시 신속하게 핵 보유 방향으로 나아갈 기반부터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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