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많이도 다졌다. 그에 돌아오는 답은 "열심히만 하면 안 된다. 잘해야 한다"였다. 누군들 잘 해내고 싶지 않을까. 온 힘을 쏟는다고 하더라도 가진 능력을 넘어서는 역량을 원한다며 강하게 내리누른다. ‘내가 졌다’라는 생각이 든 어느 날 백기를 들고 하던 일을 그만뒀다. 

퇴사 이유를 묻는 주변 질문에 행복해지고 싶다고 답했다. 사회초년생의 어리광으로 가볍게 여긴 사람들은 경험을 늘어놓으며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쉽게 살려고 해"라고 훈수를 둔다. 이에 틀린 말이 아니라며 맞장구를 쳤다.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많은 또래가 비슷한 이유로 일자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정한 일자리를 갖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가 늘었다. 통계청이 주 3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19년 12.2%에서 2022년 16.4%로 4.2%p 증가했다.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임금이 적더라도 시간 여유를 누리고 싶은 젊은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프리터족이라고 부른다. Free(프리)와 Arbeit(아르바이트)를 합친 말이다. 프리터족은 1980년 버블경제가 호황이던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말로, 버블이 꺼진 뒤 그 수가 늘어나면서 결혼과 출생률을 낮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72명이다. 심지어 올해 전국 157개 초등학교가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 예산으로 2006년부터 15년 동안 약 380조 원을 사용했지만 뚜렷한 효과는 없다. 어느 전문가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OECE 국가 가운데 학력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 보전이 가능하냐고 지적한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입이 모이는 가운데 프리터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이 현상이 오랜 기간 꾸준하다면 당연히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은 고려하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미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며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젊은 세대는 현재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우선시 한다. 더욱이 회사를 자아실현 도구로 본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보니 서로에게 바라는 바가 달라 균열이 생긴다. 자라난 사회환경에 맞춰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를 뿐, 틀리다고 여기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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