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답답하다. 거대 양당이 당선만을 목적으로 지역과 관계없는 인사들을 대거 후보로 공천하면서 유권자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지역에 대한 이렇다 할 기여 없이 단순히 태어났다거나 지역의 학교를 졸업했다는 연고만을 앞세운다. 연고가 없다면 하다 못해 사돈에 팔촌까지 갖다 붙일 수 있는 학연과 혈연, 지연을 동원한다. 인천과 경기 모두 해당한다.

인천은 14개 선거구 가운데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주민들에게 인정받아 공천을 받기보다는 중앙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배정된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다. 경기 역시 실낱같은 연고를 앞세운 인사들이 상당수다. 그나마도 없는 인사들도 부지기수다. 지역 일꾼을 밀어낸 자리에는 여야 모두 우선추천이니 전략추천이니, 단수공천, 전략경선, 인재영입 등 갖다 붙일 수 있는 명목은 다 갖다 붙인다. 창피함이나 미안함도 없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유권자들은 거대 여야의 손익계산으로 낙하산 후보를 배치하더라도 달리 방법이 없다. 후보들의 면면을 알 시간도 부족하다. 후보자 공천이 선거일을 10여 일 앞두고 마무리되는 지경이니 거대 여야의 똥배짱에는 유권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게 공천된 인사들이 지역을 제대로 알 리가 없다. 지역을 모르니 유권자와의 약속인 공약도 급조하거나 베끼기 일쑤다. 4년 전 누군가 내놨던 공약을 그대로 내걸거나 실현 가능성 없는 희망고문을 담은 공약도 부지기수다. 당연히 예산 추계는 없고 무조건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사자후를 토한다. 시민들의 삶의 고단함을 해소하고 국가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보다는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에게 쏠렸다.

어림없는 소리다. 오히려 시민의 정치 불신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그렇다고 이때쯤이면 정치권에 일침을 놔야 할 시민단체들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매번 선거 때마다 낙천·낙선 후보자를 선정하지만 역시 유권자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호불호(好不好)나 이해득실(利害得失)이 앞서는 모양새다. 언론의 못남도 한몫한다.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하고 분석해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중계방송에만 몰두한다. 시민은 없고 스타 정치인의 입만 쫓는다. 이러다가는 후보자 기호나 당 색깔만 보고 표를 행사해야 할 판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총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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