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청운대학교 사회적기업학과 겸임교수
송영석 청운대학교 사회적기업학과 겸임교수

"눈떠 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청년세대가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은 선진국이었다. 세계 순위권의 경제력과 교육수준도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시대를 산다. 대한민국의 여권 파워는 해외여행을 통해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한민국의 문화와 영향력은 선진국 지위를 당연하게 만든다. 국방력 또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국 지위를 갖춘 자부심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당연한 자부심이 일순간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언제까지 지속되는가는 의문이다. 저출산, 저성장과 고물가, 소득과 지역 격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2022년 0.78명으로 처음 0.7명대에 진입했고 2023년 0.72명으로 낮아진 데 이어 이제 0.7명대 밑으로 떨어졌다. 저출산이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될 것은 자명하다.

예를 들면 한국 군대는 아이들이 한 해 70만~80만 명 태어날 때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1년에 25만 명이 안 된다. 앞으로 군대 유지조차 힘들어질 수 있으며, 지방 소도시의 고령화는 지방소멸로 이어질 것이 경험적으로도 확실하다. 또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보육과 학교 축소와 함께 지방대학 미달과 소멸이 이미 진행 중이다. 대다수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며, 지방소멸은 현실화될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 집중화는 높은 부동산 가격과 지방과의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이고, 수도권 일자리 편중을 심화하고 과도한 인프라 집중과 지역 간 교육격차를 발생시킬 것이다. 이는 청년층의 결혼 기피에 중요한 사유가 된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전기·가스요금은 38.6%, 외식비는 18.4%가 올랐고 최근 1년 과일값은 40.6% 폭등했다고 한다. 고물가·고금리는 불평등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소득이 경제성장률만큼 늘어난다면 가계 살림살이에 미치는 악영향은 덜할 텐데 통계나 조사 수치는 암울하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지역 간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돼야 한다. 갑자기 만들어진 선진국이 아니듯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 영역이다. 곧 300명의 정치인을 선택할 시기가 온다. 선진국의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여 갈 책임자이자 국민의 대리인을 뽑는 것이다. 축제의 장이자 막중한 책임의 장이다.

저마다 정치인을 혐오하고 편을 갈라 대립하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악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참여한 자의 선택과 선택된 자의 권한으로 이 나라의 방향과 모양은 만들어질 것이다. 그 모든 책임은 온전히 우리가 지게 된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무관심하다면 누군가는 특정 이익만을 대변하거나 포퓰리즘에 기반한 혐오정치를 등에 업고 편 가르기에 몰두할 것이다. 무관심과 방관은 지속가능성을 낮출 뿐이다.

"미친 과일값, 안 오른 게 없네" 생활물가 품목 80%가 껑충.

어느 언론사가 다소 과격한 제목으로 뉴스를 전했다. 저출산, 고물가, 고금리, 양극화 등 ‘깨어 보니 선진국’의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다. 격차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비전을 현실화하고, 팍팍한 우리의 삶을 챙길 책무가 정치에 있다.

현명한 선택이 우리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정치인의 무능과 잘못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을 함께한다면 "미친 과일값, 안 오른 게 없네"라는 다소 무서운 기사 제목은 덜 보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함께할 현명한 이들이 선택되기를 바라며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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