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음 달 말이 개강 연기의 마지노선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의대생들이 돌아올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집단 유급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는 모습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각 의대 개강 연기의 현실적 마지노선으로 4월 말이 꼽힌다.

고등교육법 등을 고려하면 각 대학은 1학기 수업일수를 적어도 15주 확보해야 한다.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이 길어져 여름방학이 없어지고 8월 말까지 수업이 이어진다고 가정해 보면, 각 의대는 늦어도 5월 20일에는 수업을 시작해야 이번 학기 15주 수업일수를 채우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수업하는 일이 생긴다. 상당수 의대 교수가 진료와 강의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빡빡한 수업 스케줄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실적으로 그보다 한 달 전인 4월 말에는 수업을 시작해야 원활하게 학사운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한 달여 남은 상황이지만 아직 의대생들이 돌아올 만한 낌새는 감지되지 않는다.

수도권 의대 관계자는 "개강 연기는 안 했고, 3월 29일까지 휴강한 상황"이라며 "학생들과 계속해서 면담하고 상황을 공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대 관계자 역시 "학생들이 정식으로 휴학계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수업을 계속해서 거부한다"며 "학과장 면담만 지속해서 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개강하고도 휴학계가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대생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결석하는 셈이다. 많은 대학에서는 수업일수의 4분의 1 혹은 3분의 1을 초과해 결석하면 F 학점을 부여한다. F 학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유급 처리한다.

유급되면 의대생들은 시간적 손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손실을 본다. 휴학과 달리 유급은 등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의학계열 등록금은 평균 979만200원이다.

의대생들로선 1학기 5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한편, 개강 연기 대신 휴강을 택한 일부 의대는 이르면 14일이 수업 일수의 4분의 1이 지나는 시점이 된다고 알려졌다.

지금처럼 휴학계가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이후에도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지속하면 집단 유급에 처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태 해결을 위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20여 년 전 ‘동덕여대 단체 수업 거부 사태’ 때처럼 교육부가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많은 의대생이 증원 방침에 반발하나 이들 역시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생 가운데 선량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육부 중재는 더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적인 신념, 가정 형편 등 사유로 단체 행동에 동조하고 싶지 않아도 동료들의 압박 때문에 수업받지 못하는 의대생 역시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녹색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논평에서 "학교구성원 간 신뢰를 회복하고 교육주체와 소통한다는 취지로 교육부가 ‘함께차담회’를 하는데, 의대 현안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며 "교육계 수장이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의대생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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