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 인천시 계양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김서영 인천시 계양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인공지능에 이어 딥페이크(Deepfake)가 미국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화제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제작한 이미지 또는 영상을 의미하는 딥페이크는 사실성이 높기 때문에 거짓 영상임을 알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딥페이크로 제작한 자극적인 영상은 가짜 뉴스를 전달하고 신뢰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가짜 뉴스는 전파될 때 의미가 있으며, 딥페이크는 그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은 물론 우리 위원회도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절감하고, 특히 선거와 관련한 딥페이크 영상을 찾아내어 단속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전 90일부터는 선거와 관련한 딥페이크 영상 게시가 금지되며,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기간이 아닌 때에는 딥페이크임을 표시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허위사실·비방 AI 딥페이크 특별대응 모니터링반’을 설치해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 게시된 영상을 대상으로 딥페이크와 관련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등 단속을 강화했다. 

딥페이크 영상은 연예, 종교, 정치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생산되며, 그로 인한 피해는 때로 회복 불가능하다. 어떤 유명인이 사실은 외계인이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딥페이크라도 그 선정성 때문에 도리어 쉽게 전파되며, 대상이 된 사람은 그것이 거짓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사실일수록 거짓임을 증명하는 게 더욱 어렵다는 것이 아이러니(irony)다. 

딥페이크로 인한 폐해를 근절하려면 이미 만들어진 딥페이크에 조치를 취하는 방법 외에 딥페이크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법이 ‘간접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간접반증이란 상대방이 주장하는 결과의 원인이 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결과가 존재할 수 없음을 입증하는 증명 방법이다. 즉, 결과가 아닌 원인을 다투는 증명 방법이다. 간접반증이야말로 딥페이크 생성을 막을 선제적 증명 방법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어떤 사람이 외계인이라는 주장을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이 외계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의 유전자가 인간과 일치함을 입증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증명은 ‘외계인의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로 보이도록 위장했다’는 주장에 의해 반박되고, ‘외계인의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로 조작하지 않았다’고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계인이라고 주장되는 사람의 삶 전체를 살펴보고, 그의 출생 이후 모든 삶이 지구 위에서 이뤄졌으며 외계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입증한다면 어떨까. 이것이 간접반증이다. 이와 같은 간접반증에 성공한다면 이제 그 사람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 그가 외계인과 관련이 있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입증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외계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사람들에게서 잊힐 것이다. 

지금 선거관리위원회는 누군가가 외계인이라는 주장만큼이나 받아들이기 어려우면서도 반박하기 어려운 딥페이크, 가짜 뉴스에 맞서며 곧 다가올 선거를 준비한다. 가짜 뉴스들에 맞서 그것이 가짜임을 입증하는 홍보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여러 가짜 뉴스들을 반박하는 것은 자신이 외계인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간접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곧 다가올 선거를 준비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모든 활동 하나하나가 딥페이크를 간접반증하기 위한 증명 활동이며,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간접반증은 증명활동 범위가 넓고 방법이 다양해 그만큼 어려움이 많은 증명 방법이기도 하다. 딥페이크를 간접반증하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노력 역시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겠지만, 매일의 업무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올바름을 증명하기 위한 활동이 되도록 하는, 필자를 포함한 모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