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여러 차례 공을 세운 그는 85세까지 장수하며 아들 8명과 딸 7명을 뒀는데 아들과 사위, 손자 모두 능력이 출중해 높은 자리에 올랐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그의 삶을 일러 ‘권력이 천하를 흔들어도 조정에서 미워하는 자가 없었으며 공이 세상을 덮어도 황제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명예, 출세, 자손 번창, 부귀영화 등 누구나 바라는 삶을 누린 곽자의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19세기 조선시대 회화가 세월의 흔적을 딛고 제 모습을 찾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와 함께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한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의 보존 처리를 마쳤다고 11일 알렸다.
2022년 11월 작업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곽분양행락도’는 안녹산의 난을 진압하고 토번(吐蕃·오늘날 티베트)을 치는 데 공을 세운 곽자의가 노년에 호화로운 저택에서 가족과 연회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다. 손님이 잔치에 찾아오는 순간부터 온 가족이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조선 후기에 복을 기원하는 길상화(吉祥畵)로 널리 유행했다.
6폭이나 8폭 병풍에 그린 ‘곽분양행락도’는 국내외를 합쳐 37점 남았다고 전한다.
이번에 보존 처리를 마친 ‘곽분양행락도’는 8폭 병풍에 담긴 그림이다. 가로 50㎝, 세로 132㎝ 크기의 병풍이 이어진 형태로, 전체를 펼치면 4ｍ에 달한다.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그려졌다고 추정되는 이 작품은 다른 ‘곽분양행락도’와 구성이 비슷하다.
1∼3폭에는 집안 풍경과 여인, 앞마당에서 노는 아이 모습 등을 담았고 4∼6폭에는 잔치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7∼8폭에서는 연못과 누각의 모습이 있다.
특히 2폭에서 마당에서 노는 아이를 표현한 그림은 남자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묘사한 ‘백자도(百子圖)’에서 쓰는 도상을 일부 차용했다고 파악된다.
재단에 따르면 그라시민족학박물관 측은 1902년 독일 함부르크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 미술상에게서 그림을 사들인 뒤 지금까지 소장했다. 미술상이 어떻게 그림을 입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존 처리를 위해 처음 국내에 왔을 당시 유물 상태는 좋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재단 관계자는 "소장 기관이 작품을 입수했을 때는 8폭 병풍 형태였으나 나무 틀이 뒤틀려 그림만 분리하는 과정에서 1면과 8면의 화면 일부가 잘렸다"고 설명했다.
떼어낸 그림은 낱장으로 보관했으나, 15개월간의 작업 끝에 8폭 병풍 모습을 되찾았다.
그림 주변에는 푸른 빛의 비단을 장식해 과거 가례(嘉禮·왕실 가족의 혼례)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곽분양행락도’ 병풍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떠올려 볼 수 있다.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은 보존 처리를 마친 작품을 현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재단은 2013년부터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복원·활용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10개국 31개 기관에서 소장한 문화유산 53건의 보존 처리를 지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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