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에서 유명한 영국 가수가 한국 가수 노래를 부르는 걸 들었다. 그 가수는 이미 죽었는데도 말이다. 고인이 노래를, 그것도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일은 당연히 불가하니 진짜로 그 가수가 부른 건 아니다.

요즘 유명세를 탄 노래를 유명인들이 부르는 영상도 봤다. 처음에는 유명인들이 그 노래를 부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중에 당사자들이 그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 실체는 AI였다. AI가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해 흉내 낸 것이다.

너무 신기했다. 아무 생각 없이 듣는다면 이 노래가 진짜 AI의 작품인지 아니면 가수의 작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정교함에 감탄했다.

예전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적 있다. 방송에서는 고(故) 김광석 씨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노래를 불렀다. 패널들은 깜짝 놀라는 리액션을 보였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신기한 일인가 긴가민가했다. 곳곳에서 어색함이 묻어 나와서다.

기자가 노래에 조예가 깊어 저음 처리나 발성에서 어떠한 특별한 기술을 느낀 건 아니었는데도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질적인, 툭하고 끊어지는 부분들이 산재했다.

그렇지만 지금 기술은 진짜와 흡사했다. 

혹자는 AI 기술이 발전해도 가수나 화가 같은 아티스트들은 사라지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목소리를 학습해 노래를 부르고, 화풍을 학습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럴까 싶다.

이런 급격한 기술 발전이 한편으로는 신기했지만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일자리 상실 차원도 물론 컸지만 이 기술들이 악용될까 하는 걱정에서다.

아직 한국에서는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투표 거부를 독려해 한 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시간을 좀 써서 팩트 체크를 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으나 투표를 앞둔 시점에서 전단지 뿌리듯 전화를 돌린다면 일반 유권자로서는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은 자명하다.

한국도 이런 부분에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번쯤은 미국에서 발생한 일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