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인천산곡남중 교장

학교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이에 대해 저마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한다. 예컨대 혹자는 ‘미래의 행복한 인간 육성’이라 생각하고, 다른 이는 ‘더불어 살아가는 바람직한 인간 육성’이라 믿는다. 최근 4차 산업혁명 흐름을 타고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난 인간 육성’, ‘이타적인 글로벌 인재 육성’, ‘생각하는 인간 육성’ 등등 인간의 주요한 특성을 내세운다. 이는 종국적으로 시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바람을 표명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교육 목표는 교육비전이 돼 변화의 길을 걸어왔다. 2015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됐을 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작성한 2017년 문서에 따르면 ‘학교교육 목표=핵심 역량 함양’이었다. 그 문서는 "최근 교과지식 위주 학교교육을 핵심 역량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고자 하는 개혁 운동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전개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당시 역량교육에 대한 고조된 분위기를 말해 준다. 이런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총론에 6가지 핵심 역량을 명시화하고, 이를 모든 교과에 연결시켜 가르치기를 기대했다.

이런 기조가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바뀌었다. 역량 함양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6가지 핵심 역량 리스트는 유지하되, 새롭게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역량 함양에 핵심 역할을 하리란 믿음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과정 목표를 나타내는 내용 체계에서도 ‘(개념적) 이해’가 핵심 요소로 포함됐다.

현재 학교교육 목표는 이를 충실히 반영하되 디지털 대문명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세계시민으로 사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는 교육 목표가 민주시민 육성을 넘어 이제는 세계시민으로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날로 그 필요성을 실감한다.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는 하나의 지구촌을 더욱 밀접하게 접촉하도록 만드는 초연결사회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범지구적 표준(Global Standard)에 의한 세계시민의 사고와 행동이 요구된다.

학교는 시민의식을 키우는 것, 즉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 책임 있는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준비시키는 ‘삶을 위한 학교’가 돼야 한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의 지향점을 넓혀야 한다. 여기엔 민주적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도울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면서 상생(win-win)하는 법을 배우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시민의식의 긴박함은 이젠 지역적 경계를 넘어 세계 무대로 확장되고 있음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시민교육을 어떻게 맞이하고 실행해야 할까? 모든 학교에서처럼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등을 공부하는 외에 ‘세계시민의식’ 프로그램을 도입해 모든 과목 수업에서 세계적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과학 시간에는 기후변화에 대해 배우면서 여러 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논의하고, 역사 시간에는 유엔과 난민 문제를 다루면서 현대 세계사 속에서 난민 문제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살펴본다. 수학 시간에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가를 조사하고, 이것이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어떻게 연관됐는지를 토론한다. 또 수학을 이용해서 소셜미디어 세계를 파악하고,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 어떻게 통계를 조작하는지 사례를 통해 분석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제 우리의 학교교육은 ‘나는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라는 외침을 유발해야 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큰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하고 미국 아이비리그 다트머스 대학교 총장을 지낸 김용 교수는 "세상을 향한 너의 꿈이 무엇인가?"를 외치며 어려서부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동기화했다. 세계시민의 표상이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 자신감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세계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항들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다양한 문화를 배우며 세상을 더 나은 곳(better place)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것이 세계시민교육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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