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즈를 취하는 수원시 징수과 직원들.
포즈를 취하는 수원시 징수과 직원들.

수원시에 사는 고액 체납자 이모 씨는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닌 다른 곳에 거주하며 체납처분을 피했다. 지난해 초 이 씨가 고액 수표를 발행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수원시 징수과 직원은 수표를 발행한 은행 지점과 이 씨 아들의 주소지가 가깝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며칠 후 이른 아침, 수원시 체납징수기동반 직원들이 이 씨 아들 집 문을 두드렸다. 아들은 "이OO은 살지 않는다"며 문 열기를 거부했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1시간 넘게 실랑이한 끝에 경찰의 중재로 문을 열었고, 살지 않는다던 이 씨는 술에 취해 방에서 자고 있었다. 체납징수기동반은 2시간 동안 집을 샅샅이 수색했고, 현금 1천만 원 뭉치와 500만 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찾아내 압류 처리했다.

체납징수기동반 직원들은 "고액·상습 체납자들은 대부분 이 씨처럼 발뺌하고 끝까지 체납액을 안 내려고 버틴다"며 "가택수색을 나가면 문을 열지 않고 실랑이하며 부지런히 현금과 귀금속을 숨긴다"고 했다.

장롱에서 현금 뭉치, 귀금속이 나오는 건 예삿일이다. 한 번은 가택수색 중 체납자의 아이가 학교를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가방이 뭔가 부자연스러워서 확인했더니 가방 안에 현금 뭉치가 들어 있기도 했다.

수원시는 2023년 한 해 동안 지방세·세외수입 체납액 405억 원을 징수하며 ‘8년 연속 체납액 400억 원 이상 징수’라는 성과를 거뒀다. 2016년 체납액 472억 원을 징수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수원시는 이후 매년 400억 원 이상 체납액을 징수한다. 지난해에는 지방세 체납액 271억 원, 세외수입(과태료·과징금) 체납액 134억 원을 거둬들였다.

체납액 징수를 담당하는 수원시 징수과 직원들은 "‘수원시에는 체납 사각지대가 없다’는 생각으로 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한다"며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체납액을 반드시 징수하겠다"고 했다.

8년 연속 체납액을 400억 원 이상 징수한 비결에 대해 징수과 관계자는 "소액 체납자 전 직원 책임징수제를 시행하고, 체납 유형에 따른 맞춤형 징수 체계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체납액을 징수한다"며 "또 새로운 징수 기법을 지속 발굴한다"고 전했다.

체납액 징수 현황을 점검 중인 수원시 징수과.
체납액 징수 현황을 점검 중인 수원시 징수과.

전 직원 책임징수제는 지방세징수팀 직원 전원(6명)이 100만 원 미만 지방세 체납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고지서를 보내 계속해서 체납액 납부를 독려하는 게 뼈대다. 책임징수제로 지난해 101억8천200만 원(12만613건)을 징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1천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는 체납징수기동반이 거주지와 사업장을 수색하는 등 강력하게 체납처분을 했다. 가택수색 전 체납자 실거주지, 이동 시간, 법령 위반 사항, 동거인 여부를 분석해 기동반이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가택수색을 하다 보면 충분히 체납액을 납부 가능한데도 재산을 은닉하는 체납자도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형편이 어려운 생계형 체납자는 체납처분을 유예하고, 복지부서에 연계해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지원받도록 한다.

징수과는 공제조합 출자증권 압류, 공매 취소 대형 오픈상가 재공매, 고액 체납자 사업장 수색, 가상자산 추적·압류 등 새로운 징수 기법을 지속 도입해 체납자의 숨은 재산을 찾아낸다.

지난해 체납법인의 공제조합 출자증권을 전수조사한 후 21개 체납법인이 보유한 1억1천만 원 상당 출자증권을 압류했고, 4개 체납법인의 출자증권 공매를 해 체납액을 징수했다. 또 대포차 등 고질 체납 차량과 고액 체납자의 압류부동산 14건에 대한 공매를 추진해 7천900만 원을 징수했다.

장기간 집행되지 않는 압류 부동산은 적극 권리분석을 해 유효 채권을 확보하고 체납액을 징수했다. 체납자가 소유한 신탁형 대형 오픈상가(아웃렛·쇼핑단지)의 공매 반려 이유, 현재 상황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공매를 진행할 방법을 찾아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업무협의를 해 공매 당위성을 주장하며 공매를 진행했다.

고질 체납 차량(대포차)은 집중 단속 기간을 운영하며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담당 직원이 이른 아침 대포차 점유자 거주지로 찾아가 주차된 차량 바퀴에 족쇄를 채우고 영치한 후 공매한다.

체납 차량을 견인 중인 수원시 징수과 직원.
체납 차량을 견인 중인 수원시 징수과 직원.

수원시는 올해 ‘지방세·세외수입 체납액 387억 원 징수’를 목표로 설정했다. 지방세 체납액 272억 원, 세외수입 체납액 115억 원을 징수할 계획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세입 확충, 조세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체납액 징수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기본 방향은 ▶집중 징수활동 기간 운영으로 체납액 최소화 ▶고액·소액 체납자별 맞춤형 징수활동 ▶강력한 행정제재를 통한 조세정의 실현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탄력 징수다.

신규 사업으로 ‘고소득 전문 의료사업에 종사하는 체납자의 의료수가 압류’, ‘증권계좌 추적·압류’, ‘소액 체납자 카카오톡으로 체납안내문’ 발송을 추진한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체납 안내문을 발송하면 송달률은 높아지고 발송 비용은 절감한다.

수원시 징수과 직원들은 "올해도 목표를 뛰어넘어 400억 원 이상을 징수하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며 "체납자들은 수원시에 ‘체납사각지대’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스스로 체납액을 납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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