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봉 전 용인시의회 부의장이 시의회를 상대로 신청한 ‘제명 의결 처분 집행정지’ 심리를 앞두고 용인시와 산하기관, 시의회 사무국 일부 직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작성한 사실이 알려져 눈총을 받는다.

탄원서를 작성한 직원들이 도마 위에 오른 주된 까닭은 동료 여직원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공감력이 바닥인 데다 성인지 감수성마저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12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수원지법 제4행정부(재판장 임수연)에서 연 집행정지 신청 심리를 앞두고 2월 말과 3월 초 50여 명이 탄원서를 작성했고, 신청인 측 변호인이 심리 전날 재판부에 제출했다.

탄원서를 작성한 50여 명 중 일부 민간인을 빼고 40명 이상이 공무원이고, 이들 중 대다수는 여성 공직자라고 전해졌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한 번의 실언으로 그간의 업적이 퇴색하지 않도록 선처해 달라", "오래도록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헤아려 기회를 달라", "사실관계는 잘 모르지만 3선 시의원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한 점을 고려해 억울함이 없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몇몇 직원들은 "사석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돼 제명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다른 배경이 숨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 "평소 언행으로 미뤄 성희롱 하실 분이 아니다", "제명은 지나치다"고 단정했다고 한다.

이는 집행정지 신청 심리 당시 신청인 측 변호인이 편 "잘했다고는 여기지 않지만 제명은 지나치다"는 논리와 궤를 같이하거나 한 발 더 나아간 주장이다.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주문 생산’을 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개인의 판단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시의원 24명이 찬성해 의결한 제명에 대해 공직자가, 더군다나 사무국 직원들마저 지나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작성한 데 대해 자괴감이 든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A씨는 "(김 전 의원이) 계속 부탁해 결국 (탄원서를) 썼다. 쓰면서도 피해 여직원에게 미안했다"고 했고, B씨는 "그나마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었지만 불편함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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