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유은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필자에게는 조금 특이한 로망이 있다. 자동차를 좋아해 넓은 들판에서 덤프트럭으로 드라이브를 하는 게 꿈이다. 낭만에 죽고 낭만에 산다. 너무 ‘낭죽낭살’인가 싶으면서도 지는 해에 노랗게 물든 들판을 배경 삼아 하는 드라이브라니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이러한 로망을 들은 사람들은 "슈퍼카도 아니고 덤프트럭을?"이라며 의아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덤프트럭은 일반적으로 부를 상징하는 슈퍼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시야를 가진 슈퍼카보다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트럭이 좋다. 어렸을 때부터 트럭을 타서 높은 시야가 익숙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슈퍼카를 타 본 적이 없어 그럴 수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자동차를 소재로 한 ‘트랜스포머’와 ‘분노의 질주’ 시리즈다. 내용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영상미나 퍼포먼스를 위주로 본다. ‘트랜스포머’ 속 캐릭터 ‘옵티머스 프라임’을 통해 크고 웅장한 차의 매력에 빠졌다.

나만의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해 다양한 공예를 취미로 한다. 하지만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없게 되면서 시간을 들이지 않는 취미에 집중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모델 검색하기다.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거나 리뉴얼된 모델이 나올 때면 검색을 통해 알아보곤 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는 않았지만 이제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웬만한 자동차의 모델명과 특징에 대해 말할 정도는 됐다. 

드림카 목록에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볼보 XC90, 지프 랭글러, 포드 머스탱, 제네시스 GV80, 현대의 싼타페 등이 있다. 트럭 중에는 MAN의 TGX 시리즈가 좋다. 이유는 단순히 외관이 마음에 들어서다. 논란이 있는 드림카도 있지만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던 필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외관이다. 당장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 연비나 성능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리뉴얼된 모델의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전기차는 특유의 디자인이 익숙하지 않아 어색할 때가 있는데, 발전이 이뤄지는 만큼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1종 대형 면허에 도전해 보려 한다. 취득 비용 부담 때문에 계속 미뤄지긴 해도 하루빨리 꿈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다. 시야의 사각지대가 많은 덤프트럭은 운전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학교와 집 근처에 재개발이 진행되는 구역이 많아지면서 대형 트럭을 볼 기회가 많아졌는데, 큰 차를 자유자재로 운전하는 기사님들이 멋있게 느껴진다. 버스를 이용할 때도 기사님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지나치며 인사하는 걸 보면 가슴이 설렌다.

얼마 전 친구와 반포한강공원에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필요에 따른 기종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주차장 경차 할인을 받으며 다음에 올 때는 돈 많이 벌어 큰 차로 오자고 웃던 게 기억에 남는다. 운전하는 친구의 모습에 왜인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친구의 취업을 축하하며 라면을 먹었는데, 다음에 올 때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된다. 커진 차의 크기만큼 어른으로서 어깨에 짊어진 부담이 늘어나 있을 듯해 걱정도 된다.

요즘 들어 탁 트인 덤프트럭의 시야처럼 상황을 멀리 내다볼 필요성을 느낀다. 졸업할 때가 되니 조급한 마음이 들어 지엽적으로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미래를 생각하며 계획하는 게 시야를 넓힌 건지 좁힌 건지, 시야를 막는 게 높은 건물인지 고개를 숙이는 본인인지도 모르겠다. 덤프트럭의 로망을 이룰 때면 하늘도 보고 경치도 보며 살아갈 여유가 생길까. 과도기에서 넘어가 어디에든 정착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혹시 독자 중에서도 삶의 동력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형 면허 취득 목표와 드림카 구입을 꿈꾸는 필자처럼 좋아하는 일을 통한 성취감으로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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