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정당의 공천 절차가 거의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곧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개시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국격 추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국민들은 종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룬 자랑스러운 조국’에 자긍심을 지녔는데, 이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첫째, 한국의 경제상황이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기 부진은 다소 완화됐지만, 고금리 국면 장기화로 설비투자, 소비가 저조해 내수 부진이 여전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불경기 양상은 지표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심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의 수준도 후퇴한 것이 현실이다.

둘째,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는 외국 언론의 지적이 빈번해지기 때문이다. 7일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다  양성 연구소’는 연례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에서 "그간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으로 구성된 ‘자유민주주의지수’에서 0.60점을 받아 179개국 중 47위를 기록했다. 연구소는 이 지표의 하락세가 뚜렷한 국가를 ‘독재화(Autocratization)’가 진행 중인 곳으로 평가하는데, 한국을 독재화가 진행 중인 42개국 안에 포함시켰다.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해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고, 언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성평등을 공격하면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했다. 

한편, 9일 독일의 유력 일간지인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는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도끼를 놓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훼손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발전 양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매우 안타깝다. 

이번 총선은 이런 부정적 평가를 탈피해 국가 발전의 동력을 되찾음으로써 국민적 자긍심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선택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정당을 우선시할 것인가 또는 인물을 우선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사견으로는, 정당을 80% 정도 고려하고 인물을 20% 정도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가 기본이기 때문에 정당을 인물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어느 정당의 정강·정책과 공약이 더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둘째, 유권자들은 아마도 "(여당이 주장하는) ‘운동권 청산’을 우선시할 것인가 또는 (야당이 주장하는) ‘검찰독재 청산’을 우선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사견으로는,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해독 측면에서 볼 때 운동권 정치인의 폐해가 크다고 봐야 할지 또는 정치검찰 폐해가 크다고 봐야 할지에 대해 유권자들이 자신의 관점에 따라 각자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권 2년의 공과에 대한 심판의 기회로 삼아야 할지 또는 야당에 대한 심판의 기회로 삼아야 할지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유권자들은 지역 개발 공약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총선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인데, 국회의원은 ‘입법’을 담당하는 것이지 ‘행정’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예결산 심의권 등을 통해 직간접으로 지역 개발 방향과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한계도 분명히 있다. 유권자들은 지역 개발 공약보다 합리적인 입법 능력 보유 여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마음을 가진 성실하고 청렴하며 강직한 국민의 대변자를 뽑아야 한다. 달콤한 사탕발림에 속아서는 안 되며, 유권자가 똑똑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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