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 번식장 사건 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번식장 뜬장에는 수십 마리가 겹친 채 갇힌 상태였고, 대부분 피부병 따위 질병에 걸린 채 1천 마리가 넘는 개들이 고통에 신음했다. <사진>

더욱이 번식장 한쪽에는 100구가 넘는 사체가 발견됐다. 대개 비쩍 마른 상태로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다 죽은 것으로 보였고, 어미견 사체에서는 배를 갈라 새끼를 꺼낸 흔적까지 있었다.

이곳은 허가를 받고 등록한 ‘합법’ 번식장이었다. 약 400마리 사육 허가를 받은 곳이었지만 당시 1천500마리 이상 사육 중이었다.

번식장이라는 이름처럼 어미견들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기계처럼 강아지를 생산했다. 새끼들은 한 달이 되면 어미와 생이별하며 경매장으로 팔려 나가고, 상품 가치가 없어진 개들은 근육이완제로 죽이는 끔찍한 만행을 이어 왔다.

행복한유기견세상 보호소 관계자는 "우리 보호소를 포함한 수많은 단체가 당시 현장을 급습해 참혹한 모습을 목격했다"며 "강아지 공장처럼 케이지가 3층으로 쌓였고, 발 디딜 곳 없이 수많은 생명들이 갇힌 채 번식에 이용당해 생지옥이란 말이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당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과 경기도 공무원들은 업주와 오랜 대치 끝에 전 개체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았다.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행복한유기견세상 보호소에도 화성에서 구조한 15마리의 강아지들이 소중한 가족으로 함께하게 됐다.

보호소 관계자는 "구조된 개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치료가 필수인 상황이었고, 그중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새끼도 있어 모견과 함께 지낼 임시보호처를 급히 구해 보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지역도 펫숍에서 사서 길러지다 버려지는 품종 유기견이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며 "품종견을 사지 말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문화가 확대돼 번식장 같은 업종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락사 없는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유기견세상은 정식 기부금지정단체로 승인된 곳으로, 일반적인 보호 기능보다 잠시 머물다 행복한 입양을 가는 따뜻한 쉼터이자 고향 같은 곳을 지향한다.

손민영 기자 sm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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