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8시께 휠체어를 타고 하루 살이 체험에 나선 기호일보 기자가 울퉁불퉁한 바닥을 힘겹게 이동했다.
13일 오전 8시께 휠체어를 타고 하루 살이 체험에 나선 기호일보 기자가 울퉁불퉁한 바닥을 힘겹게 이동했다.

기술과 도시 발전으로 우리는 원하는 장소에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오가게 됐다.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자유롭지만, 그 이면에는 신체가 불편해 집 밖에 나서는 일조차 망설이는 소외계층이 존재한다.

기호일보 기자는 이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체험하기 위해 직접 휠체어에 몸을 싣고 하루를 보냈다.

13일 오전 8시께 시작한 휠체어 타고 하루 살기는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출근을 하려 집 밖에 나서자 인도 곳곳이 파여 바퀴가 빠지거나 옆으로 넘어질 뻔한 상황이 잇달았다.

휠체어 이용으로 3분 정도 소요되던 버스정류장은 10분 넘게 걸려 도착, 평소 탑승하던 버스를 눈앞에서 보내 줘야 했다.

버스가 온다 한들 모든 버스를 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상버스가 아니면 탑승 자체가 불가능해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버스에 탑승해도 불편함은 계속됐다. 가뜩이나 출근시간 인파로 비좁은 버스에 휠체어가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눈초리를 보냈다. 하차 시에는 시민들이 자리를 비켜 줘야 했으며, 이 통에 시간은 더 지체돼 곤혹스러웠다.

업무를 보기 위해 구청과 경찰청을 방문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는데, 이마저도 자리를 차지해 다른 이들을 먼저 올려보내고 혼자 탑승해야 했다.

교통 불편과 더불어 가중되는 어려움은 식사였다. 낮 12시 점심시간에 맞춰 식당가를 찾았지만 휠체어를 끌고 식당을 방문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대부분 건물들은 턱이 존재했으며, 휠체어 이동로가 없는 건물이 대다수였다.

약 30분간 식당을 찾아 헤매던 기자는 인적이 드문 한 분식집에서 김밥을 포장한 뒤 인근 공원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이 과정도 쉽지 않았다. 계단을 이용하지 못해 엘리베이터를 찾아 불필요한 이동과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체험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하는 길도 멀고 험했다. 지하철역에서 회사로 가는 오르막길은 20대인 기자가 휠체어로 밀고 올라가기에도 버거웠다.

우리는 주어진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며 감사해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소망일 수 있으니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겠다.

유지웅 기자 yj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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