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사진 = 연합뉴스

기후동행카드 시행을 둘러싼 경기도와 서울시의 갈등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된다. 경기도와 서울시 두 광역지자체장까지 신경전을 마다하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전에 가세하면서 대중교통요금 체계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 양상이다.

13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두 정책이 있을 때 ‘대결’이 아니라 ‘보완’을 통해 합리성을 추구하는 게 도리"라며 "서울과 경기의 실무책임자 상호 간 협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남겼다.

오 시장의 이번 발언은 김동연 경기지사가 11일 경기언론인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시장이 정치적 제스처와 행태를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비판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경기도는 그간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압박에 대해 교통국장이 전면에서 대응했고, 김 지사는 이 사안 언급을 꺼렸다.

그러던 김 지사가 토론회에서 "제가 나서서 대응할 가치조차 없었다"며 오 시장의 기후동행카드 압박에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자 오 시장도 이에 대응하면서 양 지자체장 간 갈등이 심화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양 지자체가 대중교통요금 지원 정책을 두고 강하게 대립하는 근간에는 2022년 국토부가 대중교통 정기권 도입을 시도했을 당시 서울시가 강하게 반대했던 과거로 인해 촉발됐다는 게 도의 인식이다.

당시 국토부는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하면 초과분을 100% 환급해 주는 내용을 검토했으며, 이는 사실상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무제한 정기권 성격이었다. 국토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는 교통 업무를 도맡은 서울교통공사가 가진 1조 원 이상에 달하는 부채 규모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다며 정기권 도입을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서울시는 지자체 간 합의 없이 지난해 기후동행카드 시행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최근 경기도 참여를 압박하는 모습에 더해 도내 일부 시·군과는 별도 협약을 맺으면서 오는 5월 ‘The 경기패스’ 시행을 앞둔 도를 자극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정책 발표 이후 경기도·인천시·서울시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가 구성됐지만, 지자체 간 큰 견해차만 확인할 뿐 갈등 조정에는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중이다.

도 관계자는 "서울시가 적자를 이유로 대중교통 정기권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는데, 협의도 없이 자체 정기권 도입을 발표한 건 사실상 도를 무시한 행위"라며 "기후동행카드가 경기도 지역 특성을 담지 못하는 정책인 만큼 3개 지자체가 함께 심도 있는 대중교통요금 정책을 논의하고 실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웅 기자 wo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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