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 9급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이어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정보까지 공개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한 누리꾼이 야간 도로 보수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자 ‘정신 나간 공무원’이라며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고, 파인 도로를 보수해주지 않아 발생한 것이 아닌, 야간에 이뤄진 긴급 보수공사로 인한 차량 정체에 민원 폭탄을 맞은 것이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도로가 막힌다며 악성 민원을 조장해 생긴 억울하고 분통 터질 일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당 공무원은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민원 전화 폭탄에도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많은 공직자들이 악성 민원을 접한 경험이 있고 이로 인한 대응책도 마련됐지만 민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하은호 군포시장이 공직자들에게 적극행정을 이끄는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하 시장은 이번 사건을 접한 뒤 시청 직원 업무용 컴퓨터 알림창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당당하게 업무에 임해달라’는 당부의 글을 올리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악성 민원을 접하는 즉시 고문변호사가 함께 대응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악성 민원 대책 마련을 관련 부서에 주문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공조직 문화는 안 하면 그만이고, 원칙만 고수하는 소극행정으로 퇴보하기 쉬운데 하 시장의 ‘내가 책임지겠다’는 일성은 공직의 수장으로서 적극행정을 이끄는 시의적절한 대처라고 평가될 만하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이런 소신을 공무원들이 직접 따르고 진정으로 수행해 나가길 바란다.

전국 자치단체마다 갑질 행위 근절·피해자 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공직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악성 민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지만 미약하다. 정부의 정책과 자치단체의 조례 강화 등 제도와 행정적 지원은 적극행정을 이끌게끔 즉시 활용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지난해 여름 서이초등학교 학부모의 갑질 사건으로 전국이 시끄러웠다. 불합리한 갑질에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랬지만 악성 민원은 또다시 재연됐다.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직업에 있어 인간다운 근로환경을 영위하려면 직장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상호 존중 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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