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대변인을 지낸 정진오 전 경인일보 편집국장이 망치와 쇠, 그리고 불로 대표되는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아낸 한 편의 휴먼 드라마인 「대장간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그의 책에는 대장장이와 대장간을 첨단 기술 산업의 원형질로 삼았다. 무엇보다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을 중심으로 인문학적 식견과 문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만의 서체로 서술했다는 점이 재밌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인천에서 대장간을 보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나마 중구 도원동에 국내에서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가 있을 뿐이다. 이곳에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등 대장간 셋이 모여 있다. 책에서는 이들 대장간 중 맏형인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을 비롯해 다양한 이들을 통해 수집한 대장간 이야기가 쉼 없이 펼쳐진다. 

달구어진 쇠를 망치로 두드려서 얇게 펴는 쇠를 불리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이 악기 연주로 묘사되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친 풍속화 속 대장장이의 고단한 모습을 삶의 현장으로, 애정 어린 눈으로 들여다 볼 기회도 제공한다. 

백범이 인천감리서를 탈출할 때 도구로 쓴 삼릉창을 통해서는 인천감리서에서 멀지 않은 대장장이의 수고를 찾아내고, 강화 호미와 일반 호미의 모양새를 비교하면서 척박한 토질에서 쓰이는 도구의 특징도 담아냈다. 

그리고 쑥부쟁이 풀에 담긴 대장장이 딸과 관련된 애절한 전설도 우리와 익숙한 언어로 풀어냈다. 

그의 책에는 대장장이의 수고만이 아니라 대장간에 수북이 쌓인 필수도구의 쓰임새는 물론 철을 다듬어 만들어낸 각종 농기구의 형태와 쓰임도 자세히 설명하며 우리 이웃인 대장장이의 역사를 재미있게 녹여냈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은 추천사에서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될 책의 귀함과 무게가 있다"고 의미를 담았다.

그래서 「대장간 이야기」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정진오 작가만이 풀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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