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수 선인고등학교 교장
조철수 선인고등학교 교장

인천시 미추홀구 석정로 165. 도로명주소로는 하나지만, 지번으로는 대략 50여 개가 포함된 지역이다. 이곳은 인천에서 웬만큼 산 사람이면 아는 그 유명한 ‘선인학원’이 위치했던 곳이다. 옛 선인학원은 1981년 당시 설립자인 백인엽 씨가 국가에 헌납하기로 한 이래 13년에 걸쳐 논의가 진행되다가 1994년 3월 1일 당시 대학과 전문대학은 시립화되고, 초·중·고등학교는 공립화됐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들이 공립화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일반 시민들에게 학교 설립자가 민간이든 지자체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럼 중요한 건 현재 그리고 미래가 아닐까? 

현재 이곳에는 8개 중·고교와 2개 대학교가 있다. 도로명주소는 다르지만 같은 구역 안에 있는 특수학교, 유치원, 초등학교, 특성화고 각각 1곳을 합쳐 14개 학교가 있다. 그동안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의아한 모습이다. 남고와 여중이 담을 대고 있고(선인고·인화여중), 여중이 서로 마주보고 있고(인화여중·선화여중), 남중과 여중이 운동장을 공유하며(선인중·선화여중), 특성화고 2개가 아예 한 건물에 들어 있다(대중예술고·전자마이스터고). 

더 놀라운 사실은 10층이 넘는 육중한 건물(인천대 제물포캠퍼스 본관)과 세밀하게 조각된 멋스러운 4층 건물(성리관)이 모두 ‘빈 건물’이라는 것이다. 비단 건물만이 아니라 주변도 빈 건물 따라 인적이 드문 공간으로 ‘방치’됐다.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지역주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고, 마치 한반도 가운데 드리워진 ‘DMZ(비무장지대)’처럼 제물포 원도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차라리 그런 의도로 적극 방치한 것이라면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원도심 한가운데 흉물로 우뚝 솟은 건물을 그대로 둘 것인가? 자칫 범죄 아지트로 사용되면 어찌할 것인가? 그대로 둘 수 없다면 적절한 활용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석정로 165에 위치한 중·고등학교 교장들은 자체 협의회를 조직해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사안을 협의한다. 자체 논의를 거쳐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미추홀 에듀타운’이란 이름을 붙였다. ‘미추홀’은 인천의 옛 이름이자 석정로가 위치한 기초자치단체의 명칭이다. ‘에듀타운’은 당연히 이곳에 밀집한 학교로 이뤄진 소규모 지역을 뜻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선인학원’이라고 부르지만 선인학원은 30년 전에 없어졌다. 그렇지만 그 역사적 맥락을 모르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 지역을 오히려 특화·발전시키면 어떨까?

지난해 4월 인천시교육청은 현재 송학동에 위치한 남부교육지원청사를 옛 선인학원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사 이전지는 현재 선인고 북쪽과 인화여고 정문 사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원래 산을 깎아서 지은 데다 하나의 재단이었던 탓에 학교 경계도 불분명했지만, 당시 교통량이 많지 않았기에 도로 개념조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선인고·인화여고 입구(옛 선인학원 정문)는 왕복 8차로 대로지만 불과 200여m 위인 선화여중과 인화여중 사이는 편도 1차로로 급격하게 좁아진다. 심지어 보도도 중간에 사라지고 만다. 그 위쪽에는 그야말로 다종·다양한 승용차, 버스, 트럭 등이 불법 주차돼 있다. 그나마 2021년부터 미추홀 에듀타운 협의회의 문제 제기와 지역 정치인, 관할 교육청, 경찰서가 힘을 합해 선인중 관할 지역에 있던 여러 버스들은 사라진 상태지만 위쪽은 아직 해결 중이다.

선화여중·인화여중 사이 병목은 아침 등교시간에는 타운 내 등·하교 학생을 위한 승용차와 셔틀버스로 붐비고, 특히 절정에 이를 때는 멀리 숭의철교를 지나 숭의로터리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곳에 다시 관청 하나를 정확히 ‘병목’ 지점에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2024년 인천교육계획’에 따르면 지하 1층·지상 7층이라고 하니 주차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미 계획이 세워져 물릴 수 없다면 이 부분은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차제에 건의 아닌 건의를 하자면 인천대 제물포캠퍼스 건물과 일원에 대한 것이다. 현재 인천시교육청은 직할 기관인 인천중앙도서관과 함께 시청 옆에 위치했다. 시교육청에 근무하는 사람은 물론 방문하는 사람들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과장되게 말해서 교육청에 주차하는 것을 ‘로또’에 비유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교육청을 방문하기 위해 출근할 때부터 차를 이용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굳이 교육청이 시청 옆에 있어야 하는가?

시청과 시의회는 또 얼마나 옹색한가? 그 큰 관청들이 모여 있어야만 하는가? 교육청만이라도 넓은 곳으로 이전한다면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이왕이면 현재 건물도 공간도 비어 있고, 특수·유·초·중·고·대학교가 있는 곳에 위치한다면 상징적으로도 좋지 않을까? 오히려 이곳에 교육청 청사는 물론 각종 교육 관련 시설과 기관들을 모으면 그야말로 교육중심지역으로 인천의 명소가 되지 않을까?

필자는 평생 학교에 근무한 서생으로서 도시계획이나 학교시설에는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중앙투자심사 등 숱한 절차가 남은 상태니 재고할 수는 없을까? 이곳이 과거 인천 보통교육의 막중한 역할을 했던 곳이고, 또 앞으로 인천의 숙원과제인 원도심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애정을 갖고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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