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배우자도 각종 질병을 함께 앓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의 배우자가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역시 같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최초 연구다.

18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기웅(정신건강의학과)교수 연구팀(제1저자 계요병원 안호영 전문의)은 노년에서 단일 질환이 아닌 누적된 질병 부담이 배우자의 질병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자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에 참여한 60세 이상 부부 814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부부 각각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질병 부담을 누적질환평가척도(CIRS)로 평가하고 학력, 알코올 섭취량, 수면의 질, 신체활동, 우울 정도 등 질병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를 포괄적으로 8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부부 중 한 사람의 CIRS 점수가 1점 높을수록 배우자의 8년 후 CIRS 점수는 0.154점이 상승했고, 8년의 추적 기간 중 CIRS 점수가 1점 상승할 때마다 배우자의 점수 또한 0.126점 상승했다.

이는 부부 중 한 사람의 현재 질병 수준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 변화 정도 또한 배우자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질병 부담 정도가 클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했다.

김기웅 교수는 "노년층은 만성질환 부담이 높고,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쉬워 진료나 보건사업을 부부 단위로 설계해 진행해야 한다"며 "자신의 만성질환이 배우자 건강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소개해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동기를 강화하고, 부부가 상호 팀으로 관리한다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BMC Medicine’에 게재됐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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