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A문구점에 주인을 기다리는 물품들이 쌓여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A문구점에 주인을 기다리는 물품들이 쌓여있다.

학교 앞 만물상이라 불리던 인천지역 문구점들이 경영 악화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지속 줄어드는 데다, 학부모들이 대형 유통점과 온라인 판매점을 찾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8시께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A문구점은 등교시간인데도 한산했다. 선반을 가득 채운 공책과 스케치북, 장난감 등은 먼지가 쌓인 상태였다.

동구 송현동 B문구점과 계양구 계산동 C문구점도 같은 모습이었다. 하교시간 아이들로 가득 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간식을 사 먹으려 방문한 1∼2명의 아이들이 전부였다.

점주 김모(65)씨는 "10년 전만 해도 학년마다 준비물을 파악해 판매하는 등 꾸준하게 장사가 됐지만, 현재는 교육청이 모든 준비물을 학급에 지원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천지역에 등록된 문구점은 285곳이다. 여기에는 폐업을 했거나 폐업을 준비 중인 문구점도 포함돼 실제 운영 중인 곳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구점 경영 악화는 대형 판매점 등장과 출산율 감소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인천 출산율은 2000년 3만4천433명에서 2023년 1만3천700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품을 판매하는 대형 판매점이 지역 곳곳에 생기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게다가 2019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무인점포가 증가해 설 자리가 없어졌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대형 프랜차이즈 유입과 학생 수 감소로 경영난이 매년 심화된다"며 "앞으로 몇 년 뒤 동네 문구점은 드라마와 영화 소재로나 볼 법하다"고 말했다.

유지웅 기자 yj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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