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봄은 양지바른 들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되는 파릇한 냉이와 어린 쑥잎처럼 지난 겨울의 고통을 묻고 새 희망을 고개 쳐들게 한다. 한데 올해는 벌써부터 봄기운에 검은 먹이 드리우는 듯해 우려된다. 정부와 갈등으로 의사들이 거리로 나섰는가 하면, 물가는 여전히 천정부지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매년 봄마다 되풀이되지만, 올해도 여지없이 중국발 미세먼지는 수시로 하늘을 뒤덮는다. 여기저기 성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더 큰 화근(禍根)이 될지도 모르는 ‘봄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것이다.

4월 10일 제22대 총선을 치른다. 공직선거법 제34조는 국회의원선거일을 임기만료일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못박았다. 국회의원 임기만료일이 5월 29일이니 50일 전, 즉 4월 9일 이후 첫 수요일은 법이 바뀌지 않은 이상 선택의 여지없이 투표장에 나서야만 한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여야 각 정당은 갈수록 유언비어와 마타도어를 일삼으며 갈등과 반목을 부추긴다. 각종 매체나 유튜브를 보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들처럼 으르렁거린다. 마치 벼랑 끝 정치를 보는 듯하다.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이러다가는 해 보자 하는 동력마저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올바른 선택으로 심판하는 게 최선이다. 후보자들은 철저한 국가관과 봉사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이 왜 선택받아야 하는지, 선택받았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거짓 없이 솔직하게 내놓아야 한다. 유권자 개개인의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각 정당은 사적 이해관계나 정파의 유불리를 떠나 자당이 내놓은 후보와 함께 만들어 갈 실천 가능한 미래 청사진과 국정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표심의 향배를 좌우하는 잣대다. 유권자는 학연·지연·혈연도 중요하겠지만 후보자나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이나 비전이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기만하지는 않은지, 혹은 권력욕에만 빠져 있지는 않은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양심 잣대이자 국가를 바로세우는 가치기준이다. 선거는 축제라 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 기대감과 설렘은 사라진 지 오래다. 총선이 봄 불청객이 돼 버렸다. 후보자와 정당 그리고 유권자가 네가티브가 아닌 포지티브로 삼위일체가 될 때 봄 불청객 선거를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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