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철미술관은 19일부터 4월 21일까지 이영빈 개인전 ‘Under_Stand’을 연다. 한지 속 섬세한 드로잉을 통해 내밀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벚꽃풍경’(2024)을 비롯해 신작 수묵화 16점을 소개한다. <포스터>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화두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화 전통을 받아들이고 숙성시켜 자신만의 독자 영역을 개척하는 이영빈 작가는 주목할 만한 ‘젊은 한국화가’다.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로 학사·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한지에 수묵과 채색이라는 전통 재료와 기법으로 자신의 내밀한 일상에 천착한 그림을 그렸다.

전통적 화목인 산수풍경 대신 작가가 오랜 시간 주목해 온 일상 풍경은 그가 개척하는 한국화의 진화를 보여 주는 단면이다. 화폭에 담은 순간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누구에게나 익숙한 삶의 풍경들이다. 단아한 작가 성정을 닮은 소박한 선들과 담백한 면들은 익숙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한다. 작가가 풀어놓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고 추억을 소환한다.

일상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의미 있는 순간들은 하늘에서 땅을 굽어 보는 부감법으로 관찰된다. 오밀조밀한 밭이 그려지고,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반듯한 구획 안 집들의 살림살이와 사람들이 마치 조감도처럼 한눈에 보인다. 저채도와 고채도, 저명도와 고명도, 저밀도와 고밀도 차이로 경계가 드러나면서 형상은 점차 뚜렷해진다. 이러한 관찰과 대비적 표현으로 작가가 지향하는 목표는 ‘나와 당신 그리고 세계의 이해’다.

이영빈 작가는 "경계가 있으므로 안의 공간이 생기고 밖의 공간이 생긴다"며 "밖이 없어지면 안이 없어지고 수직의 나무를 그림으로써 수평인 땅이 드러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기자 li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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