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효림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채효림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자본주의 아래 부에 따른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어렴풋이 알 것이다. 비행기를 타도 저가항공기,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앉아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대형 항공기 일등석에서 누워 편안한 비행을 즐긴다. 비행기를 타 보지 못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계급 형성에는 개인 노력도 기여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집안 환경이나 태어난 지역과 같이 타고난 복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운에 따라 달리는 중 가속이 붙거나 뒤처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계급 타파를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인류 역사를 돌아봤을 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뿐더러, 자신이 가진 이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계급의 존재를 막을 수는 없더라도 정책과 법안에는 여러 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 빈곤층, 노동자, 서민의 삶을 경험해 보지 못한 상류계급이 그들에게 적합한 정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테다. 따라서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계급이 다양해야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을 대변해 봉사한다는 목적이 실현된다.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을 제대로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까.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 중 고졸 이하 국회의원은 비례대표를 포함한 총 300명 중 단 1명에 불과하다. e나라지표를 통해 확인한 2022년 기준 고등교육을 이수한 25~64세 성인 비율은 52.8%로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치다. 우리나라 국민 중 절반은 고졸 이하 학력이라는 셈이다. 국민대표 300명 중 299명이 고졸자의 삶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누가 고려할지 미지수다.

반면 대학원 재학 이상 학력을 보유한 의원은 183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학력이 반드시 계급을 표방하는 건 아니지만 대학 또는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선 고가의 교육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61%는 이미 기득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의원직에 오른 사람 중 절반 이상은 가질 만큼 가진 사람들인데 연봉도 1억5천만 원으로 고액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당 GNI는 약 4천245만 원이다. 1인당 GNI의 세 배 이상이다. 보좌관, 차량 유지비 등 세비로 지원되는 혜택들을 고려하면 실질 연봉은 5억 원이라는데, 이런 사실을 종합했을 때 총선은 그야말로 계급 굳히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 세태와는 반대로 국회의원이야말로 월급을 적게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명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전적 이득 또는 권력을 목적으로 의원직에 종사한다면 본분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적은 돈을 받더라도 고생하며 국민을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국회의원을 할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손에 쥔 떡을 놓기란 쉽지 않지만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면 일부는 포기하는 각오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물론 오로지 돈만을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정계에 뛰어든 사람은 없을 테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 주변인의 신상이 밝혀질 뿐더러 여러 모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명감과 뜻이 있는 사람들이 도전해 정치인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그런 만큼 더더욱 특권을 내려놓음으로써 굳건한 마음가짐을 보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만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얻게 된다면 중위소득 수준의 세비를 받는 것도 입법을 통해 곧바로 실천할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진심이 담긴 발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제22대 국회는 혜택 절감을 실현함으로써 국민 요청에 화답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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