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주 4일제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월 14∼16일 임금노동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3%(정규직 68.1%, 비정규직 66.7%)가 주 4일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나타났다. 2021년 한국리서치가 시민 1천 명에게 했던 조사에서 51.0%가 찬성한 것과 비교하면 도입 여론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이번 총선 정책 요구안에 주 4일제 도입을 포함했다.

주 4일제는 현재 여러 국가와 기업에서 시행 중인 실험적인 노동시간 제도다. 본 제도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노동자와 그 가족의 건강, 삶의 만족도에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가. 둘째, 기업 생산성과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셋째, 신규 일자리, 기후온난화, 지역 커뮤니티, 젠더 이슈 등 공공 가치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이런 고민과 논의들이 함께 이뤄져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노동시장에서 불평등과 갈등이 확산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코그룹의 주 4일제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스코는 1월 22일부터 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격주로 시행 중이다. 평균 주 40시간의 근로 틀은 유지하면서 첫째 주는 36시간, 둘째 주는 44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밀고 당겨 쓰는 식이라고 한다. 포스코에 따르면 직원들 반응은 예상보다 긍정적이다. 주 4일 근무하는 주에는 일·가정 양립과 삶의 만족도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고, 주 5일 근무하는 주에는 한 시간씩 더 일해야 함에도 근무일의 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국인의 노동시간(지난해 기준 연 1천874시간)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OECD와 비교하면 장시간 노동 비율은 여전히 높은 편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휴식 강화를 위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문제는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노동생산성이 이를 상쇄할 정도로 개선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획일적 규제로 접근해서만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책 없이 근로시간만 줄어들면 국가 경쟁력만 추락한다. 직종별·산업별 특수성과 노동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유연근로시간제가 바람직한 이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