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각 당 출마자들이 거의 다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큰 듯합니다. 

특히 과거에 한 부적절한 거친 막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후보 사퇴가 이어집니다. 한때 화가 나서 뱉어낸 과격한 말이나 글이 자신의 꿈을 접게 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정치인과 같은 공인의 말은 특히나 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 말이 고스란히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주의 언어보다는 희망의 언어를, 거친 말보다는 부드러운 말을 구사해야 합니다.

「김진배의 매직 유머화술」이란 책에는 ‘내년에 꼭 승진할 사람들과 실패할 사람들의 화법’을 비교해 놓은 글이 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승진할 사람들은 "우리 사장님은 날 믿는다고 믿어", "우리 조직은 날 필요로 해", "난 우리 사무실 분위기가 좋아", "우리 회사 직원들이 최고야"라고 늘 말하지만, 실패할 사람들은 "우리 사장이 날 믿을 리가 없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출근은 하지만", "이런 회사에 들어오다니 내가 미쳤지",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일하는 내가 한심하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합니다.

두 부류의 차이는 오로지 말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겁니다. 긍정적인 말에서는 희망의 향기가 묻어나지만, 부정적인 말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듣는 사람에게도 상처가 됩니다.

놀랍게도 요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자리에 있는 분들은 부정적인 말을 더 많이 하는 듯싶습니다. 힘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의 무게는 때로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무거울 수 있음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좋은 생각」(2018년 5월호)에 어느 의사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고백하는 글이 있습니다.

막 전공의가 됐을 때의 일입니다. 유난히 환자가 많은 날이었는데, 한 보호자가 지쳤던 그에게 "당신 부모라면 이렇게 하겠어?"라며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보호자의 처지도 물론 이해가 됐지만, 당시 그는 화가 나서 이렇게 말해 버렸습니다.

"아뇨. 절대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처럼 병원에 늦게 데려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 말을 들은 보호자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며 날뛰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일을 했습니다. 잠시 후 검사 결과를 설명하러 다시 보호자에게 갔더니, 아까처럼 화내며 거칠게 항의할 줄 알았던 보호자는 말 없이 듣기만 했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가려는 그에게 보호자가 불쑥 물었습니다. 

"정말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괜찮았을까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깐 그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무어라 답할까 고민하다 말했습니다.

"지금보다는 좀 더 좋은 상태가 됐을 거예요."

"그렇군요. 제가 죄인이네요."

그는 ‘아차!’ 싶었습니다. 자신의 한마디가 보호자를 진짜 죄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반년이 지날 무렵, 그 전공의의 어머니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와 어머니의 굳은 얼굴을 본 신경외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아주 늦진 않았습니다. 수술하면 됩니다."

그제야 그들은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진료 결과를 기다리며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제야 왔느냐?"는 바로 그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의사의 말 한마디는 환자에게, 그리고 정치인과 같은 공인의 말 한마디는 구성원 전체에 희망이 되기도 하고 절망이 되기도 합니다. 상대에 대한 분노가 깊어지면 판단도 흐려집니다. 흐려진 판단이 결국에는 거친 막말로 이어져 자신과 공동체 모두를 무너뜨릴 겁니다.

순화되고 정제된 언어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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