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훈 ㈜에코인사이트 대표
정연훈 ㈜에코인사이트 대표

괭생이모자반(Sagassum horneri)은 톳과 비슷하게 생긴 갈조류 모자반과 해조류다. 길이는 3∼5m로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으로 갈라졌다. 다른 해조류처럼 포자에서 해류를 타고 번식하지만 친척인 모자반보다 튼튼한 공기주머니를 여러 개 가져 번식에 유리하다. 또 튼튼한 세포조직으로 천적이 적어 생존율이 높다. 그러므로 번식을 거듭하며 다른 해조류를 몰아내고 겹겹이 쌓여 썩는 탓에 암모니아를 풍기며 환경을 오염시킨다. 

2015년 괭생이모자반이 대량으로 제주와 전남 해안으로 밀려오며 사회·환경문제로 꼽혔다. 2014년부터 제주도와 신안군에 대량 유입돼 김·다시마·전복 따위 양식 시설물과 연안환경에 피해를 발생시켰다. 국립해양조사에 따르면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은 중국 저우산군도에 서식하는 종과 99.9% 이상 상동성(homology)을 지녔으며, 이 현상은 중국의 동중국해 바다와 생태계 복원사업 진행에 따른 피해 현상으로 간주된다. 중국 저장성 해역 저우산군도에서 대량 양식하는 괭생이모자반 업체의 기질에서 떨어져 나와 유입됐다고 추정한다. 

이 같은 부유성 해조류 증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주원인은 연안의 부영양화다. 부영양화는 생활하수나 가축분뇨가 강이나 바다로 유입돼 영양물질이 풍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도 중국의 저장성, 해양경제 혁신발전구역 프로젝트 따위 산업화에 따라 부영양화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서 태평양 해양의 높은 수온 상승도 괭생이모자반 성장률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다. 

동중국해 해역에서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은 바다로 유입되는 빛을 완전히 차단해 양식장 어류 폐사, 생물 서식환경 변화 따위 피해를 일으킨다. 더욱이 2015년 제주와 전남에 2만t 이상 유입돼 전남에서만 3억5천만 원 넘는 어장 피해가 발생했다. 띠 모양으로 대규모로 번져 억세게 뒤엉키는 탓에 양식장 시설 파손과 안전사고 원인이 된다. 

괭생이모자반 유입은 어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해녀들의 말에 따르면 물속에 들어갔다가 올라올 때는 목에 걸리는 일이 잦고, 빛을 차단해 캄캄한 바닷속에서 경로를 찾기 힘들다. 심지어 너무 질겨서 뜯어지지도 않는다고 불편을 호소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6년부터 괭생이모자반 연구를 했다. 기원지와 생물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계절풍과 해류에 따른 이동 경로를 예측했다. 제주도와 국립수산과학원은 기상 변수가 많은 만큼 괭생이모자반 유입 현황을 실시간 파악해 수거 작업을 벌인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모자반 분쇄물 입자와 아연가루를 합성해 나노복합체를 개발했는데, 소독제 효과를 낸다고 확인됐다. 염증 억제와 노화 방지 효능을 활용해 축농증 치료제와 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성공해 특허를 출원했다. 최근에는 농약이나 영양보조제 같은 친환경 농업 소재와 미세먼지 방지 분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그동안 중국산 미역 분말에 의존한 전복 배합사료를 대체하고자 가공 처리한 괭생이모자반 분말을 어린 전복에 먹여 실험했다. 그 결과, 수입 분말보다 성장 효과가 좋았다. 과학원은 연간 236억 원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국산 자급률도 높아진다고 전망하고, 올해 현장 평가와 기술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연구진은 바다환경에 큰 피해를 주는 중국발 괭생이모자반에서 피부 염증을 줄이는 유효성분을 찾아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괭생이모자반에서 추출한 ‘로리오 라이드’가 염증인자 발한을 줄여 여드름 등의 피부질환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로리오 라이드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침투 억제 효능도 있다. 연구팀은 괭생이 모자반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성 식품 개발을 지원하고, 항암과 항비만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한다. 

친환경 농자재로 활용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땅 표면을 덮는 농사용 비닐이다. 이른바 ‘멀칭용 비닐’은 쓸 때는 편하지만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땅에 남으면 그대로 오염원이 된다. 그런데 괭생이모자반 추출물로 만든 멀칭제는 비닐이 아닌 액체라 쓰기 편한 데다 땅속으로 스며들면 토지를 비옥하게 하는 비료 효과도 거둔다. 액체로 뿌리기만 해서 농민들이 손쉽게 사용 가능하다. 땅이 굳으면서 자연스럽게 제초 효과도 보며, 세 달이 지나면 80% 이상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농자재다. 농업생산비를 줄이는 동시에 농촌 환경을 개선시키는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곡물 바이오매스에 비해 공급량이 풍부하고 당초 연구 대비 활용 공정이 단순한 갈조류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추진한다. 녹조류나 미세조류에 기반한 해양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개발 연구가 이뤄지긴 했으나 상품화까지 복잡한 공정 문제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연구개발은 별도 전처리 공정이 필요없는 균주를 기반으로 해 산업 활용도가 높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인 이타콘산, 3-HP, 젖산을 생산하는 기술을 최초 개발하는 사업이다. 또 용도별로 필요한 플라스틱 물성을 갖춰 단량체 혼합기술을 개발해 석유기발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물성이 저하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해마다 약 24만t씩 발생하는 미역·다시마 부산물과 인접 국가에서 유입돼 국내 양식장과 해수욕장에 피해를 유발하는 괭생이모자반을 원료로 사용한 만큼 경제성이 높고 환경보호 효과도 좋아 앞으로 사업화에 따른 산업 파급 효과를 기대한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괭생이모자반 유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게 분명하지만,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라고만 생각했던 괭생이모자반이 사람에게 유용한 긍정적 측면도 많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