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우즈베키스탄 국립 사마르칸트대 교수
윤명철 우즈베키스탄 국립 사마르칸트대 교수

중국이 작성한 한반도 북부 분할점령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이 평안북도 전체와 함경남도, 평안북도, 양강도, 자강도 전체를 장악하고 러시아는 함경북도의 해안지역을, 미국은 강원도의 북부지역, 한국은 평안남도와 황해도, 그리고 4개국 공동구역은 평양시 일대로 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미국의 ‘랜드연구소(Research And Development Corporation)’는 보다 구체적으로 중국 군대의 남침 과정을 서술한 후 상황에 따른 경계선을 설정했다. 

한반도의 분할과 재분단은 주변국들은 물론 우리조차도 ‘지리적 숙명’으로 인식한다. 실제로 구한말에만 3번이나 제기됐을 정도였다. 때문에 통일의 대응 전략과 해결 모델 또한 국제역학관계 또는 지정학 이론에 근거한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기본적으로 몇 가지 사실(fact)들을 오해한다. 

첫째, 우리 역사의 과정과 결과들을 오해했다. 일본은 반도사관을 만들어 우리는 대륙에 붙은 부수적 존재이고, 타율적이고 정체한 역사를 운영했다고 세뇌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숙명론을 ‘(조선)미학’이나 ‘민족성’ 등 모든 면에 적용시켰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며 통념일 뿐이다. 이러한 패배적이고 수동적인 해석은 능동적으로 국가를 운영하거나 리더국가가 된 적이 별로 없어서였다. 고구려는 예외지만. 

둘째, 역사학에 적용하는 지정학의 정의와 개념을 오해한 탓이다. ‘지리정치학(Geo-Politic)’은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을 다루는 분야로 독일에서 시작됐고, 일본이 ‘지정학’, ‘지정치학’으로 번역했다. 히틀러의 독일과 군국 일본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해 한동안 기피되던 용어였다. 1980년 전후부터 다시 국제정치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키신저, 브레진스키를 거쳐 엘빈 토플러, 샤무엘 헌팅톤, 최근에는 조지 프리드먼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역사를 이루는 ‘공간(Land, Space, Place field, 場, 장소)’은 지리·지형만이 아니라 기후와 생태 등 자연환경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국가의 공간일 경우에는 주변국과의 관계 같은 인문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중국의 분열과 일본의 통일은 시대를 막론하고 한국의 지정학적 환경의 큰 요소다. 따라서 지정학은 해석의 기본 틀이지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셋째, 역사 공간 또는 지리에 적용하는 이론에 부족한 점이 있다. 우선 ‘지리경제학(Geo-economic)’인 면을 소홀히 했다.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생산물의 ‘취득 장소’는 국가의 부강, 경제적 풍요로움과 직결됐다. ‘지리문화학(Geo-Culture)’도 공간을 문화의 생성과 변형·발전이 이뤄지는 ‘터(場, field)’로 보기 때문에 국가 내부는 물론이고 국가 간 관계에 작동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인간과 집단이 세계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즉 가치관 등이 생성되고 작동하는 ‘지심학(地心學, Geo-Mentalogy)’적인 면도 문화와 신앙에 영향을 끼친다. 필자의 이론인 ‘원토(原土)의식과 ‘중심사상’ 등은 대표적인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정치역학 관계나 경제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감정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대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근대의 독일과 프랑스, 프랑스와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역사는 만주와 한반도를 공유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고려 이후에는 한반도만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것은 숙명이 아니고 개선 보완이 가능하다. 즉, 현재의 한반도나 분단 상태에서도 통일을 실현할 수 있고, 원토를 수복하거나 강대국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다만, 강한 의지력과 다양한 능력들을 갖춰야 한다. 

풍수사상에도 부족하거나 넘친 것을 조정하는 ‘비보(裨補)기능’이 있다. 또 모든 존재물은 ‘상호부조론(mutual aid)’, ‘항상성(homeostasis)이론’ 등에서 확인되듯 완전(온전)을 지향하는 본성이 있다. 역사에는 불리한 지정학적 환경을 극복해 성공한 예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스, 로마제국, 영국, 포르투갈, 바이킹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축소되거나 변형되기 전 우리 ‘역사터(원터)’는 지정학적으로 우수하다. 한반도와 만주 일부를 점유할 경우 동아시아 세계에서 ‘3각축’의 하나, 즉 중핵(core), hub, ic, heart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숙명적으로 적대 관계인 양 강국(북방유목과 중국)의 존재와 균형을 이루거나 때로는 배후 세력으로서 ‘pivot’ 역할이 가능하고, 고구려는 그 역할과 위상을 실증했다. 고려 이후처럼 한반도만으로 영토가 축소되면 불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강력한 의지와 목표의식만 뚜렷하면 매우 효율적인 보완책들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다. 이러한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 ‘해양력(sea power)’을 강화시키고 해양경제, 해양외교, 해양군사, 해외진출 등에 활용한다면 강국이 될 확률은 높다. 거기에 화랑도처럼 뛰어난 인재들을 조직적으로 양성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상까지 갖춘다면 최상의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동아지중해 중핵 역할’로 규정했다. 

현재 북한의 급격한 유고 상태의 발생 가능성을 빌미로 ‘한반도 재분할론’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일들은 자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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