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한국섬재단 부이사장
장정구 ㈔한국섬재단 부이사장

계양산 두꺼비가 깨어났다. 백령도에는 점박이물범이 돌아왔고 남동유수지에도 저어새가 돌아왔다.

봄이다. 이제 곧 곳곳에 새싹이 돋고 꽃들이 만발할 거다. 또 겨우내 움츠렸던 시민들은 여기저기로 봄나들이에 나설 거다. 그런데 전국 방방곡곡 다니는 필자는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기도 전에 눈살부터 찌푸리게 된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들 때문이다.

OECD 국가라는 대한민국 21세기 도로변은 어김없이 쓰레기투성이다. 서울의 88도로와 강변북로는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순환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 고속도로의 가드레일 바깥을 조금만 유심히 살피면 어김없이 쓰레기다. 담배꽁초, 비닐, 페트병, 물티슈 등등 온갖 쓰레기. 인적인 드문 곳에 봉투째 가져다 버린 쓰레기들까지.

봄이면 잿빛과 황톳빛 땅 색깔로 흰색과 밝은색 쓰레기들이 유독 눈에 잘 띈다. 상습 정체 구간 도로 주변으로 유난히 많다. 도로 노면은 가끔 차량으로 청소해서인지 상대적으로 깨끗한 편이지만 도로 밖 비탈면은 어김없다. 도로 옆 수로는 도로에서 쓸려온 쓰레기와 흙들로 가득하다.

지난 겨울에 버려진 쓰레기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여름·가을 무성한 수풀에 숨어 있던 쓰레기들일 게다. 싹이 돋으면 쓰레기들은 풀 속에 숨어 버릴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버려진 쓰레기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무감각해졌을지 모른다.

장마철 큰물이 나가면 무거운 쓰레기들도 하천을 따라 바다로 떠내려가겠지만 평소 적은 비에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쓰레기들은 수로와 하천,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든다.

그렇게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든 쓰레기들이 먼 바다로 흘러가 버리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벼운 쓰레기들은 하구에서 밀물과 썰물을 따라 강과 바다를 오가기를 반복한다. 지금 한강하구 인천경기만에는 비닐쪼가리들이 넘쳐난다.

새우를 잡기 위해 내린 그물에는 잡으려는 새우보다 비닐이 더 많다. 어선 한 척당 날마다 비닐 2~3포대를 건진다. 비닐들은 떴다 가라앉았다 하며 갯벌에 쌓이고 삭고 쪼개져 물고기 체내에 축적된다. 담배꽁초 필터와 비닐, 미세플라스틱은 소금으로, 물고기로 우리 밥상으로 돌아온다. 지금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상황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위한 국제협약도 필요하고, 모든 공산품에 대해 생산단계에서부터 자원순환을 고려한 정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대대적인 청소도 필요하다. 이미 생산되고 버려진 쓰레기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노란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를 맞이하는 길, 외국 손님들이 드나드는 길목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로 향하는 길목이다. 일류도시는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만이 아닌 쓰레기와 하수처리 등의 기본이 탄탄한 도시다.

이들은 모두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외면해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쓰레기는 법적으로 발생시킨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고 처리해야 하고, 방치 장소의 관리 주체에게도 책임이 있다.

버려진 쓰레기를 추적해서 버린 사람에게 비용을 부과시키는 것도 필요하고, 시민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겠지만 일단 버려진 쓰레기에 대해서는 행정력과 비용을 투입해서라도 수거 처리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 일이 구석구석에까지 미치지 않는다. 도로 가드레일 밖과 같이 도로공사와 지자체 등 처리 주체의 경계지대에서는 방치되는 것이다.

버리지 말라는 경고 펼침막을 게시한 것으로 행정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해안이나 하천변에서 정화활동을 진행했다는 소식을 언론, SNS 등을 통해 접하는데 대부분 접근하기 수월한 곳, 자주 청소하는 곳이다. 쓰레기가 많거나 접근이 어려운 곳은 계속 방치된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는 볼멘소리만 하지 말고 일단 하자. 봄맞이 대청소부터 시작하자. 니 탓 내 탓, 니 것 내 것 따지기 전에 방치 쓰레기 사각지대를 없애자. 기본부터 다시 하자. 모두가 함께하도록 캠페인도 하고 홍보교육도 하자.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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