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는 국민의 의무다. 헌법은 납세·국방·교육·근로·재산권 행사·환경보전을 6가지 의무로 규정하며, 이 중 근로·납세·국방·교육을 4대 의무로 정해 그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수행도 강제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당연히 관련법에 따라 처벌한다. 

그런데 용인시에 있는 G기업은 10년 이상 500여억 원이 넘는 국세와 지방세를 내지 않아 국세청·경기도가 매년 공시하는 고액 체납액 명단 상단부에 이름을 올리지만, 징수나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 소유 토지에 대한 가압류나 채권자 요청에 의한 경매도 법원에 수십 차례에 걸친 기피신청과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납세와 채무 변제 책임을 장기간 회피한다. 체납을 하면서 회사 이름을 바꿔 또 다른 영업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미심쩍다. 납세 의무를 다하지 않는데, 마치 남 일인 양 달 구경하는 듯하다. 

경기도는 "도세가 아니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 용인시에서 정리보류를 결정했으니 상황을 지켜보고, 주기적인 금융조회로 체납처분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극히 미온적이고 수세적인 자세다. 용인시 역시 "압류부터 고액 체납자 명단 공개까지 할 수 있는 건 다했지만 재산이 없어 받지 못한다. 다른 재산이 있거나 사업을 또 진행하면 추가로 조사해 압류하겠다"며 ‘정리보류’라는 행정절차를 택했다.

국세청은 부동산 경매가 진행되면 우선순위에 있는 만큼 즉시 징수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는다. ‘국민의 납세의식을 확립하고 세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납세의무를 위반한 자에게는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는 조세범처벌법이 무색한 대목이다. 물론 기업이 사업을 하다 위기를 맞거나 폐업하게 되면 세금을 못 낼 수도 있고, 종국에는 세무당국이 결손처리할 수도 있다. 묻고자 하는 것은 과연 세무당국이 최선을 다했느냐는 것이고, 받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징수하지 못하면 어떤 처벌을 할 것이냐다. 

세무당국이 공매 절차에 나서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법원의 경매결정은 왜 지연되는지도 궁금해한다. 납세는 국민의무인 만큼 체납처리에 있어서도 형평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조세형평이 무너지면 이는 곧 불만이 되고 저항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무당국이 공공연히 밝혔던 ‘끝까지 추적해 징수한다’는 각오가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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