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창적 사상가인 혜강 최한기(崔漢綺, 1803~1877)선생의 미발견 저서인 「통경(通經)」에 관한 보고회가 국내 최초로 열렸다. <표지>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6일 유교 문명과 서구 문명 통합을 구상한 조선후기 대학자 최한기 선생의 통경 발표회를 온라인 세미나로 개최했다.

혜강 선생은 1천 권 이상을 저술했다고 알려졌지만, 상당한 양이 유실돼 일부만 전해진다.

통경은 모두 20책 53권의 큰 규모로, 유교 문명의 정수를 집약한 ‘십삼경’(유교에서 가장 중요한 13개 경전)의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해설한 저술서다. 조선은 물론 당시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십삼경 전체를 독특한 형식으로 다룬 저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서 연구원 내 장서각은 부여 함양박씨 종가가 기탁한 고문헌 자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혜강 선생의 저서 통경을 발견했다. 통경은 최한기의 초기작으로, 28세 무렵 저술했다고 추정한다.

이 고서를 최초 발견한 이창일 책임연구원은 "통경은 십삼경 전체 내용을 학부·사물부·의절 3개 범주로 구분하고, 각 부 아래에 총 271개 조목을 배치해 전체 내용을 유기적으로 이해하도록 구성했다"며 "십삼경 각각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를 찾는 색인 기능의 목록부터 시각적 이해를 돕는 250개 그림을 담는 등 유교의 모든 분야를 이해하도록 한 정밀한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한기의 통경은 한국의 수준 높은 유교 연구의 산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장원석 책임연구원이 통경 소개와 함께 최한기의 경전 해석학을 발표했다.

장 연구원은 "최한기의 해석학은 한자 한일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유기체 철학"이라며 "최한기가 유가경전을 연구해 통경을 펴낸 건 그의 철학이 개화파 선구라는 학계의 통념보다 훨씬 더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또 최한기의 철학에 대해 "개화·수구의 이분법이 아닌 유학 전통의 연속성 위에서 시대에 맞춰 이를 과감히 개혁한 조선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자로 파악된다"고도 주장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