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제315회 정기연주회로 ‘아드리앙 페뤼숑과 드뷔시’를 무대에 올린다.

다음 달 4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지휘자와 작곡가’ 시리즈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세 번째 순서로 프랑스 출신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이 포디움에 선다.

아드리앙 페뤼숑은 정명훈 지휘자에 의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팀파니스트로 발탁, 이후 서울시향 수석 팀파니스트로 활약해 국내에서도 익숙한 음악가다.

2015-2016시즌과 2016-2017시즌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자 펠로우 과정을 거치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지휘자 경력을 시작한 그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WDR 방송교향악단, NDR 하노버 방송교향악단,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지휘자로서의 능력 또한 입증했다. 2021-2022시즌에는 프랑스 라무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부천필의 ‘지휘자와 작곡가’ 세 번째 시리즈에서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뷔시의 ‘바다’를 선보인다. 교향시 ‘바다’는 1903년 작곡에 착수해 1905년 완성했다. 19세기 말 유럽은 근대의 등장과 함께 변화를 겪었고, 음악에서도 기존 고전적 조성이 붕괴되고 독창적인 문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주의 음악이 낭만주의 음악의 대척점에서 환상을 제거하고 사실과 본질에 주목한다면, 드뷔시의 음악은 객관적 대상을 주관적 인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사실주의 음악과 노선을 달리한다. 이는 흔히 ‘인상파 음악’으로 분류된다.

드뷔시는 바람, 구름, 공기, 냄새와 같은 움직이는 대상의 순간적 형태를 음악으로 그려 내고자 했고, 바다는 그가 표현하려 한 유동적 대상에 적합했다. 드뷔시는 교향시 ‘바다’를 "관현악을 위한 3개의 교향적 소묘"라고 칭했다. 이 작품은 3개 표제로 구성, 동이 트는 새벽 바다부터 해가 반짝이는 정오까지의 장면, 거친 파도 소리,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의 모습을 묘사한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출발이라면 ‘바다’는 그 완성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드뷔시가 20세기 프랑스 음악의 시작과 끝이라고 일컬어지는 까닭이다. 더불어 아드리앙 페뤼숑은 앞서 연주할 곡으로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 피아노협주곡 G장조, ‘어미 거위’의 발레 버전을 선택해 프랑스 음악의 정수를 보여 준다.

스페인 광시곡은 당대 프랑스에 불었던 이국적 유행에 따라 작곡돼 라벨의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과 색채 사용이 돋보이는 곡이다. 피아노협주곡 G장조는 스페인 민속 선율과 재즈가 함께 어우러지는 정열적이고 재기발랄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어미 거위’는 샤를 페로의 동화를 소재로 한 피아노 모음곡으로 훗날 오케스트라 버전과 발레음악으로 편곡됐다.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은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협연한다. 박종해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과 최연소 연주자 특별상을 비롯해 저명한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며 일찍이 이름을 알렸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나고야 필하모닉, 홍콩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고 솔리스트로서 다양한 무대에 서며 왕성히 활동 중이다.

부천=최두환 기자 cdh9799@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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