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출마하는 경기지역 여야 후보들이 구체적 실현 계획 없는 ‘헛공약’을 남발하면서 유권자들을 현혹한다.

오로지 표심만을 공략하고자 대규모 교통시설 확충이나 개발 또는 약속되지 않은 민간 투자를 전제로 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당선만능주의’가 다시 판을 치는 형국이다.

27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1일 경기지역 후보들의 정책·공약을 홈페이지에 공식 게재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내 일부 여야 후보들이 발표한 지역 공약들을 보면 구체적으로 검토가 이뤄지지 않거나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수표에 가까운 정책과 공약이 줄을 잇는다.

철도·지하철·공항·도로 분야 교통공약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로, 공약이 남발되는 주 분야다.

일례로 이번 총선에서 5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구리 후보는 지역 개발 교통공약으로 ‘한강 동부를 관통하는 하저 전용도로 건설 추진’을 내걸었다. 한강 밑바닥에 도로 또는 터널을 구축해 전용도로를 추진한다는 내용인데, 수조 원의 예산 투입은 물론 개통까지 최소 5∼10년 이상 걸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고양시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 공약으로 내건 ‘경의선 도심 구간 지하화’라든가 같은 당 최재관 여주·양평 후보가 내건 월 3만 원에 청년들이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모든 전철과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청년패스’·마을의 공동 식사를 제공하고 인건비까지 지원하는 ‘마을공동식사 제공’ 공약은 재원 조달 방안과 지자체, 정부 등 협의까지 필요한 사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들 역시 구체적인 추진 방안 없이 민간 자본을 끌어오겠다는 대형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성원 동두천·양주·연천을 후보는 ‘(가칭)제3롯데월드 동두천 유치’ 공약을 발표했다. 이후 김 후보는 제3롯데월드를 유치하려면 롯데그룹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촉구했다.

홍윤오 수원을 후보 역시 민자 유치가 선행되지 않은 서수원 워터파크와 테마파크 신설을 공약했다. 김명연 안산을 후보는 현대·기아차 친환경 생산공장 유치를 공약했지만 여론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은 ‘고용계약서’와 같은 것으로, 당선 뒤 지키지 못할 경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셈"이라며 "또다시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는 정책으로 공염불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정책과 공약은 국회의원이 해결할 수 있는 현안을 정리하고, 여기엔 후보의 생각과 가치관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 기자 g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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