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보낸 서민들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전국적으로 2천여만의 민족대이동이라고는 하지만 선물과 여비부담을 갖고 고향을 찾거나 아예 포기한 서민들도 상당하다는 보도여서 씁쓸하다.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되면서 변변한 선물 하나 살 돈이 없는 형편이고 보면 고향길 가족들을 만난다는 자체가 오히려 괴롭기까지 하다는 푸념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추석은 무슨 추석, 차라리 일할 곳이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한 근로자는 혹시 연휴기간중 인부를 찾는 곳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인력시장에 나와 기다리다 허탕쳤다는 하소연에서 추석연휴의 실상을 보여줬다. 추석절을 맞아 사회단체에서 벌인 불우시설돕기 창구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니 추석절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를 두루 느끼게 하는 사례라 하겠다.
 
하지만 이 어려운 역경을 달래며 곳곳에서 한가위 잔치와 위로잔치, 민속행사 등 명절을 뜻있게 보내 소박한 우리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한 것은 다행스럽다. 인천과 경기지역 곳곳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무의탁 노인 등 소외계층이 함께 어우러진 각종 민속체험 행사와 위로잔치가 열렸다고 한다. 일부 시·군은 탈북동포 및 외국인 노동자,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한가위 달맞이 축제를 벌였고, 소원을 적어 깃발에 거는 `한지 깃발 만들기', 송편과 통강냉이 죽을 함께 만들어보는 `고향을 생각하는 먹거리 나누기',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달빛 한마당' 등 풍성한 전통문화 행사로 줄이었다는 소식이어서 그래도 마음만큼은 풍요로운 추석맞이 분위기를 보여준 일면이라 하겠다.

아무튼 민속촌 등지에서도 다양한 예술 공연 전통술과 송편 빚기 등 민속문화 체험행사가 열렸고 줄다리기, 대형 윷놀이 등 전통놀이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니 다행이다. 아울러 민요와 부채춤, 널뛰기 등 문화공연과 민속놀이 행사가 열려 모처럼의 정겨운 한마음으로 기탄없이 어우러졌을 것을 생각하니 반갑다. 각 자치단체와 사회봉사단체에서도 추석절을 맞아 나름대로 관내 불우시설을 찾아 위문공연을 펼쳤고 무의탁 노인 및 노숙자 등에게 각종 민속음식을 나눠주며 각종 행사를 통해 그들을 위로하느라 애썼을 것이다. 이제 연휴는 끝났다. 들뜬 추석연휴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재충전의 기회가 되어 각기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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