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백성의 뜻 즉 여론을 의미한다. 이 말의 어원은 중국에서 유래된 말이나 현재는 우리말화 될 정도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동·서양에서 모두 통용되는 언어다. 그 만큼 민심은 민주정치의 핵심을 이룬다. 고대 중국은 장기간의 전제군주정치에도 불구하고 백성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요순이 추앙받는 까닭도 민본주의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민본주의를 최초로 제기한 이는 맹자였다. 그는 국가의 구성요건 세가지를 들면서 첫째가 백성, 둘째가 사직, 마지막이 임금이라고 했다. 그 백성의 의미가 바로 민심이다. 맹자에 따르면 천하를 얻는 방법은 민심을 얻는 것이라 했다. 그는 민심을 잃어 천하를 잃은 경우로 대표적 폭군인 걸과 주를 예로 들었다. 옛날부터 중국사람들은 하늘이 우주만물의 주재자라는 천명사상을 굳게 믿었다. 그래서 천자의 임면권도 하늘에 있는데 반드시 민의를 쫓아 행했다는 것이다. 하늘의 의지는 곧 백성의 의지와 같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민심은 위정자의 정치형태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민심은 무상하다는 말이 나온다. 따라서 위정자는 늘 민심의 향배에 신경을 써야 했다. 혹시 천자가 직분을 망각하고 폭정을 일삼으면 민심은 등을 돌릴 것이고, 그러면 하늘도 천명의 뜻을 바꾸고 만다. 이번 추석민심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민심을 접한 정파에 따라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요번 만큼은 그냥 넘기기에는 정치권에 큰 부담을 느끼게 한다.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서 국정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에서 뜨끔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 여당의 한 중진이 시장을 순방하는데 막말까지 튀어 나왔다고 한다. 서민들은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정면에 대놓고 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험악한 것은 더이상 인내력에 한계가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느끼고 건설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민심이 폭발직전까지 왔다며 이대로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책임의 일정부분을 느끼기 보다는 모든 책임을 여당에게 떠넘기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혹시 여당의 실정을 호기로 잡으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정치권 모두가 변해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어야 한다. 정치권이 민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점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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